Opinion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文지지율 왜 높나요' 묻자 여론조사 대표 "5%P 빼고 보시라"

중앙일보

입력 2020.01.29 00:54

업데이트 2020.01.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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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통령 지지율 조사 논란 속 리얼미터 대표 인터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지하철역이나 시장통에서 무작위로 대통령 지지율을 묻는 ‘길거리 조사’가 유튜브 채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본의 대표성이 없어 여론조사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튜브 채널 ‘자유의 창’ 캡처]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지하철역이나 시장통에서 무작위로 대통령 지지율을 묻는 ‘길거리 조사’가 유튜브 채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본의 대표성이 없어 여론조사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튜브 채널 ‘자유의 창’ 캡처]

“최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메이저 여론조사 업체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 ‘내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왜 이리 높으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여론조사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까 ‘5%(p)만 빼고 보시라’고 하더라. 문 대통령 지지율이 대략 40% 초·중반대로 나오니까 뺀 실제 지지율은 37~8%대일 것이다.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보긴 어려운 수치다. 그런 추세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같다.”(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

통계학회 “응답층 극좌극우 압도”
업계 일각서도 ‘걸레’라고 비판
리얼미터 “ARS 조사가 가장 정확”
“보수통합 1대1 구도되면 야당 이겨”

4·15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의 객관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지지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발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취재 결과, 여권 지지율이 실제보다 ‘5%’ 전후로 높게 나오는 것으로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었다. 다만 이는 현 정권뿐 아니라 역대 정권마다 발생한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의 일환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1988년부터 여론조사에 종사해온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실제보다 수%p 높게 나왔다. 다만 지금은 정치가 워낙 양극화돼있고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극단적이라 거품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론조사의 객관성 논란을 더 부채질하는 것이 ‘ARS(자동응답)’식 여론조사다. 이 조사는 기계음으로 질문이 들려올 때마다 응답자가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버튼을 누른 다음 다시 전화기를 갖다 대는 행동을 3~4분간 되풀이해야 한다. 자연 응답률이 낮다. 그러나 더 큰 논란은 응답자들의 성향이다.

지용근 대표는 “ARS는 중도층보다는 진보와 보수층이 많이 들어오는데, 특히 진보 성향이 더 많이 들어온다. 왜 그런지는 설명할 수 없는데 진보 성향 응답자가 보수 성향 응답자보다 5%는 더 들어온다”며 “그래서 ARS는 현 정권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ARS는 시간 많고 정치적 관심 많은 사람만 들어오게 마련이다. 표본이 완전히 어그러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업계는 ARS를 ‘걸레’라 부른다. 이런 잘못된 조사를 언론이 마구 보도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한국통계학회는 ARS의 신뢰성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의(여심위) 의뢰로 논문 ‘선거 여론 조사의 객관성·신뢰성 제고를 위한 조사방법론 개선방안 연구’를 발표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전화면접 조사는 중도적 성향 응답이 많지만 ARS는 양극단적 응답이 높게 나타난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하나 못하나”를 묻는 질문에서 전화면접은 ‘대체로 잘한다’나 ‘대체로 잘못한다’는 응답이 많다. 반면 ARS는 ‘매우 잘한다’나 ‘매우 잘못한다’는 양극단적인 응답이 많다. “당신의 정치적 관심도는 어느 정도냐”는 질문도 전화면접은 ‘약간’이나 ‘없다’는 답이 많지만, ARS에선 ‘정치적 관심이 많이 있다’는 경향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당신의 정치 성향은 진보냐 보수냐”란 질문에서도 전화면접은 ‘약간 진보’나 무응답이 많지만, ARS는 ‘매우 보수’나 ‘매우 진보’란 답이 높은 비중을 보였다. 통계학회 한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 방송인 CNN이 ARS를 인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답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니 다름없다.

그런데 ARS를 쓰는 대표적인 업체가 리얼미터(10%는 전화면접 혼용)다. 이 업체는 2014년~2019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5616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1449회(25.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한국갤럽(292회 5.2%)의 5배에 가깝다. 매주 두 차례씩 문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발표해 꾸준히 언론을 타는 것도 이 업체다. 보수 진영이 “문 대통령 지지율이 지나치게 높게 나온다”며 ‘좌편향’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대표인 이택수씨를 인터뷰했다.

이택수

이택수

리얼미터가 쓰는 ARS 조사에 대해 통계학회가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학회나 언론학회 논문을 보면 전혀 다르다. 리얼미터 조사가 가장 편차가 적은 것으로 나온다. 유독 통계학회만 우리를 13년째 공격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곧 자유한국당이 총선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경선을 하는데 ARS 조사를 도입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ARS가 신빙성이 있다는 점은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당장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전화면접으로 조사한 경쟁업체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3분의1 이나 낮게 발표했다. 반면 ARS를 채택한 우리는 한국당 지지율이 10%p 낮게 잡혔다. 그래도 가장 정확했다. 그런데 믿지 않으니 답답하다.”
ARS에 극좌나 극우 응답층이 많이 들어와 ‘걸레’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데.
“극단적 응답자가 아니라 ‘샤이(shy:지지 정당을 숨기는)한 응답자’를 많이 잡아내는 방식이 ARS다. 최근 전화면접만 하는 경쟁업체가 지지하는 정당이 뭐냐는 질문에다가 ‘이번 총선에 투표할 정당이 뭐냐’란 질문을 추가했다. ‘투표’란 자구를 쓰니까 한국당 지지율이 더 나온다. 샤이한 응답자를 좀 더 잡은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온 지난주 조사 결과가 한국당 30%, 민주당 40%였다. 지난주 리얼미터 결과와 같다. 전화면접에 극단적 응답자가 더 많고, 솔직한 응답을 더 잘 잡아내는 건 ARS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 리얼미터 조사에서 여야 지지율 격차가 1.6%p까지 좁혀져 나오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상한 조사’라고 했다. 그 직후 1주 만에 리얼미터 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이 13.1%p로 벌어져 논란이 됐다.
“음모론이다. 그때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사찰에서 합장하지 않아 불교계 반발을 샀고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달창’ 발언을 해 난리가 났다. 그런 사건이 나면 당 지지율이 확 떨어진다. 어제 민주당도 영입 인재 2호의 ‘미투’ 사태로 3~4%는 그냥 빠진다. 이해찬 대표의 한마디로 격차가 벌어진 게 아니다.”
리얼미터에서 발표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과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하는 업체 10개 중 대통령 지지율은 갤럽이 가장 낮게 나오고, 그다음이 리얼미터다. 즉 열 군데에서 조사하면 리얼미터는 두 번째로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게 나온다. 그런데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갤럽과 리얼미터, 두 업체만 조사 결과를 발표하니까 그렇다. 실은 5년 전에는 민주당이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를 매일 엄청나게 받았다.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리 높냐’는 거다. 그때 박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과 아주 비슷하다. 지지가 40%대, 반대가 50% 선이었다.”
상위 10개 조사기관 여론조사 실시 현황

상위 10개 조사기관 여론조사 실시 현황

그런데도 왜 보수진영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너무 높게 나온다고 반발하나.
“너무 살기 어렵고 박근혜가 구속돼있으니, 문재인이 미운 것이다. 그러나 요즘 문 대통령 지지율은 박근혜·이명박 정권 4년 차 때와 같다.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권 중반기를 넘었으니 누군가 희생양으로 삼아 공격할 타임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 지지율이 유독 높은 것이 아니니 총선도 안갯속인가.
“그렇다.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 못 한다. 이미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보다 부정이 높다. 여당 심판론이 더 먹힌다. 문제는 보수가 분열돼있다는 점인데 보수가 통합돼 여야 1대1 구도만 되면 이번 총선은 보수가 이긴다.”
전화면접은 건당 8000원이 드는데 ARS는 500원에 불과해 싼 단가로 독점적 지위에 올랐다는 지적은.
“더는 싸게 안 받는다. 지금은 면접조사에 근접한 액수로 받고 있다. 안심번호로 하는데 그게 워낙 비싸다. 단가 차이가 거의 없다.”
친여 여론조사 업체란 비판이 있다.
“말도 안 된다. 억울하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당이 의뢰한 조사만 했다. 내가 신한국당(한국당 전신) 출신 아니냐. 한국당 의원들과 더 친하다. 민주당이 그걸 알고 (조사를) 안 준다.”
여론조사를 YTN 등 친여 매체와 주로 제휴해 실시하니 그런 것 아닌가.
“그런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수 종편과도 하고 싶은데 그쪽에서 돈이 없다고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모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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