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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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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대훈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1국장
허브와 커넥터, 독점과 배제의 네트워크

허브와 커넥터, 독점과 배제의 네트워크

“르네상스 문화의 찬란한 꽃이 피었다고 해서 모두가 부유하고 배불렀던 것은 아닌 것처럼 디지털 르네상스에서도 힘과 권력의 불평등이 나타난다.”

최영 『허브와 커넥터, 독점과 배제의 네트워크』

“인적 네트워킹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다. 스킨십을 통한 연줄·인맥·학맥 쌓기에 분주해야 성공한다는 게 아날로그 세상의 인심이었다.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랫폼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보와 정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정보가 촘촘히 얽힌 망(網)의 시대에 산다. 지식을 얻는 구글과 네이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아마존과 쿠팡 속에 살면서, ‘좋아요’와 댓글로 세상까지 바꿀 수 있다고 ‘희망’한다.

디지털 네트워킹 확산은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키고 연결과 전염의 강도에 따라 소수에게 힘을 쏠리게 한다. 극소수의 허브(hub), 그 허브를 떠받치는 전문 조력자 집단인 커넥터(connector)가 오피니언 리더, 파워 엘리트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 사회를 주무른다.

허브와 커넥터의 존재는 평등주의에 반한다. 인터넷상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표현과 접근의 자유를 가진다는 주장은 ‘꿈’에 불과하다. 보통 사람은 인터넷에서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영향력은 없다. 허브와 커넥터는 네트워크상의 위치적 권력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의 지식과 정보는 개인의 머릿속이나 도서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에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