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포기한 VR인데··· LA서 미국 시장 노리는 한국 스타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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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한 가상현실(VR) 전문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이 YG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금 250만달러(약 29억원)를 유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진행된 시리즈A 투자(700만달러, 약 82억원)에 이어 진행된 것으로 이 회사의 누적 투자금은 950만달러(약 112억원)를 넘겼다. 이번 투자엔 YG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전문 자회사 YG인베스트먼트와 SM·JYP 등에 투자한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는 2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VR 카메라, GPU(그래픽카드) 성능이 좋아진 동시에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까지 상용화되면서 2020년 VR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가 품절돼 여전히 못 구할 만큼 VR 시장이 뜨겁다"고 전했다. 어메이즈VR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K팝 등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새로운 차원의 VR 콘텐트를 대거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현실(VR) 전문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이 최근 투자금 250만달러(약 29억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진행된 시리즈A 투자(700만달러, 약 82억원)에 이어 진행된 것으로 이 회사의 누적 투자금은 950만달러(약 112억원)가 넘었다. [어메이즈VR]

가상현실(VR) 전문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이 최근 투자금 250만달러(약 29억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진행된 시리즈A 투자(700만달러, 약 82억원)에 이어 진행된 것으로 이 회사의 누적 투자금은 950만달러(약 112억원)가 넘었다. [어메이즈VR]

실제와 비슷한 환경을 가상 공간에 조성해 사용자에게 몰입감을 안겨주는 VR은 수년 전부터 각광받아온 기술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간은 정체기나 다름없었다. VR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쉽지 않고, 소비자들이 VR 콘텐트를 즐기려면 헤드셋, 카메라 등 고가의 장치들을 구매해야 해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제한적이었다.

'VR은 정보기술(IT), 게임에 관심 있는 몇몇이 우스꽝스러운 기기를 쓰고 즐기는 것'이라는 편견도 생겼다. '전트', '넥스트VR' 등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던 현지 VR 스타트업도 고전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VR 콘텐트 플랫폼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승준 대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아이폰 같은 기술·디바이스 모멘텀(성장 동력)이 VR 시장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VR은 애플 iOS, 안드로이드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가 나오기 전인 PDA(휴대정보단말기)나 삼성 옴니아폰 시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오늘날 모바일 시대 부흥을 가져온 아이폰과 같은 디바이스나 기술이 VR 시장에서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어메이즈VR는 현재 고품질의 VR 콘텐트를 제작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유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삼성 기어 VR 오큘러스 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VR 콘텐트 제작사 '아틀라스V' 등과 협업해 고품질 VR 콘텐트를 제작·유통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협업도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어벤저스 같은 영화를 보면 대부분 장면이 CG로 구현되지 않느냐"며 "머지않아 소비자가 보는게 아니라 '경험하는' VR 영화들도 시장에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메이즈VR' 앱 구동시 나오는 첫 화면. [어메이즈VR]

'어메이즈VR' 앱 구동시 나오는 첫 화면. [어메이즈VR]

2015년 설립된 어메이즈VR은 카카오 전략지원팀장 출신인 이 대표를 비롯해, 이제범 CPO(최고제품책임자), 남대련 CTO(최고기술책임자), 구경렬 개발팀장 등 '카카오맨'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이들은 처음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았다. 미국은 당시 글로벌 VR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북부인 실리콘밸리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로스앤젤레스에 자리 잡았다. 기술만큼이나 콘텐트 경쟁력도 중요하단 판단 때문이었다. 인터랙티브 영상 등 새로운 VR 기술을 영화·게임 등과 접목하기 위해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작하던 프로듀서들이 꼭 필요했다. 게다가 VR 콘텐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들은 실리콘밸리보다 로스앤젤레스에 훨씬 더 많았다.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

이 대표는 어메이즈VR의 기술력이 엔터테인먼트와 만나면 다양한 VR콘텐트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눈 앞에서 내 손과 내 주변 사람들이 아바타로 보이는 동시에, 가상 공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블랙핑크 콘서트 현장을 코앞에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팬덤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두루 퍼져있는 K팝 시장이 VR과 손잡으면 VR 시장의 외연도 더 넓어질 수 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의 김재완 대표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경쟁력은 소비자의 몰입을 끌어낼 'VR 실감 콘텐트'로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이드, 샌드박스VR과 전 세계적인 VR 기업들은 'VR테마파크' 등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VR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어메이즈VR도 상반기 중 인천국제공항에 오프라인 VR 라운지 ‘어메이징 스퀘어’를 오픈해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객들이 보다 쉽게 VR 콘텐트를 경험하게 도울 예정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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