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힘내라"…한국서도 마스크 기부 운동 속속

중앙일보

입력 2020.01.28 14:16

업데이트 2020.01.30 14:06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중국에 마스크 등 의료용품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200만개 마스크 지원 결정

마스크 보내기 등 기부활동은 민간이 먼저 움직였다. 28일 중국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31일 출발 예정인 전세기편에 우한 현지에서 필요한 의료용 마스크 및 방진복 등의 구호 용품을 보내기로 했다. 기부를 주도하는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일단 우리 전세기편 짐칸에 마스크 등을 실어 보낼 예정이고, 그 후 주한 중국대사관과 공조해 의료용품을 보낼 예정"이라 밝혔다.

중국경영연구소는 의료용 마스크를 수만장 구매해 중국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중국 칭화대를 졸업한 한국인 동문도 참여의 뜻을 밝혔다.

우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최윤선 연성대학교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에서 유학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의 모임인 '중국 유학 교우총회'(회장 박정 우한대 박사)등이 힘을 보태 마스크 등 물품을 우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면서 “우한대 출신의 세계기업인들이 모인 우한대 기업동문 총교우회에서는 방호복 20만벌, N95마스크 100만개 등 32억원 상당의 의료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한대에서 유학경험이 있는 한국인만 800여명에 달한다. 최 교수는 "방호복·방호안경·수술용 의료마스크·덧신·침대보 등도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선 마스크·의료용 고글·의료모자·수술복 등 물자 기부가 절실하다. 돈이 있어도 물품을 못 구해 발을 구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이웃 국가인 한국이 돕는 것은 한·중 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며 "어려울 때 도움을 주면 국가 간 우애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준 디엔컴퍼니 화장품사업부 2팀 팀장은 "해외 통관 이슈도 있고 정부 차원에서 도움이 시작되지 않아 기부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민간 연결고리를 알게 돼 28일 개인적으로 마스크 3700개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 게시판에도 우한에 마스크를 보내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민간에서 '역(逆)'으로 정부에 움직임을 촉구한 것이다.

뒤늦게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28일 정부는 이번 전세기편을 통해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개, 방호복·보호경 각 10만개 등 의료 구호 물품을 우선 전달키로 했다.

일본은 민·관이 모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부 차원에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회담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민간에선 100만 개의 방역 마스크를 이미 기증했다. 중국 사이트 바이두에는 '일본, 마스크 고마워요' 등이 검색된다. 28일 니시니혼(西日本) 신문에 따르면 우한과 자매도시인 오이타(大分) 시가 3만여장의 마스크를 보냈다. 마스크 상자에는 중국어로 "우한 힘내라!(武漢加油!)"라고 적혀 있다.

우한과 자매도시 관계인 일본 오이타시가 마스크를 3만장 기부했다. 마스크 상자에는 "우한 힘내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적혀있다. [니시니혼 신문]

우한과 자매도시 관계인 일본 오이타시가 마스크를 3만장 기부했다. 마스크 상자에는 "우한 힘내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적혀있다. [니시니혼 신문]

신속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일본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꼭 맞는 것을 보내준다'는 뜻의 '설중송탄(雪中送炭·눈 속에 숯을 보내다)'이란 표현을 썼다.

무료 마스크, 한 사람당 2개 제한, 어른, 아이용이라고 써붙인 일본의 한 상점[득의생활 캡처]

무료 마스크, 한 사람당 2개 제한, 어른, 아이용이라고 써붙인 일본의 한 상점[득의생활 캡처]

일본 대표 캐릭터인 도라에몽이 중국 아기에게 마스크를 갖다 주는 그림도 돌고 있다. '무료로 마스크 나눠드림. 한 사람당 2개 제한' 등의 문구를 써 붙인 일본 상점 사진도 중국 SNS에 올라와 "감동했다"는 반응이 많다.

신종 폐렴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후베이성 우한에 중국 전역과 일본 등 주변국으로부터 온 방호복과 마스크 등 지원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폐렴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후베이성 우한에 중국 전역과 일본 등 주변국으로부터 온 방호복과 마스크 등 지원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좋을 때는 누구나 친구다. 진짜 친구를 알 수 있는 건 내가 어려워졌을 때다. 중국에선 "진짜 친구는 환난을 같이 이겨낸 사람"이란 인식이 강하다. 최근 우한 폐렴을 두고 발 빠르게 지원을 한 일본에 대해 "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일본이지만 지금 일본은 중국의 친구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친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는 재난을 겪은 국가를 돕는데 앞장서온 경험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 적십자에만 성금 456억원이 모여 전달됐다. 2013년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발생 때는 중국 삼성 법인이 6000만 위안(약 108억원)을 재해 지역에 전달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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