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우한 폐렴’ 의심환자 이어져 비상…의정부, 용인 ‘음성’ 판정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 검역대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경기지역에서도 의심환자 발생이 이어져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의정부, 용인의 의심환자는 ‘음성’으로 판명됐다. 경기도 보건당국은 방역대책본부를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시킨 가운데 대응 강화에 나섰다.

2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시 10분쯤 의정부동의 한 주택에서 “생후 27개월 된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돼 구조대가 아이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 중국 국적 A군은 엑스선(X-ray) 등 선별 검사한 결과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검사 여부는 어려워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인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옮겨 혈액 샘플 검사를 진행했다.

A군은 부모를 따라 중국 다렌시에서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27일 오전 9시 30분쯤 고열이 발생했으며, 오후 1시 10분쯤 경련을 일으켰다. A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증상으로 격리 조처됐다. 다행히 28일 오전 4시쯤 명지병원으로부터 음성 판정이 통보됐다.

국내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27일 용인에서도 36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 치료를 받았다. 기흥구의 한 병원은 B씨를 우한 폐렴 유증상자(의심 증상자)로 분류하고 성남시 율동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했다. B씨는 이날 오후 2시쯤 발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은 유증상을 보인 B씨를 격리 조치하고 기흥구보건소가 역학조사에 나섰다.

인플루엔자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용인시와 병원 측은 질병관리본부에 사례 분류를 요청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B씨가 유증상자로 분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긴급 검체 조사에 들어간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 보건당국도 국군수도병원 격리병상에 입원 중인 B씨의 격리를 해제, 28일 오전 6시30분 귀가 조처했다. B씨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중국 광저우 동관시에 체류하다가 최근 귀국했으며 발열 흉통 호흡곤란으로 27일 신갈 K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현재 이 병원은 응급실 자체소독 후 정상운영 중이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대응태세 강화

경기도는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기존 방역대책본부(본부장 보건건강국장)를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9개반 43명)로 격상, 운영하는 등 대응태세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도는 31개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고 도지사나 부지사가 주재하는 시군 대상 영상회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방침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한폐렴이 처음 발생한 중국 우한시의 적십자사 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긴급히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내 선별 진료의료기관으로 지정한 57곳에 대해서는 27일까지 현장점검을 완료하는 한편 요양원 등 각종 의료기관의 중국인 간병인을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각 시군에 공문을 발송했다. 특히 도내 격리병상을 단계별로 확대 운영하는 등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인 명지병원, 국군수도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26실(28병상)을 운영 중인 가운데 확진자가 추가 발생할 경우 경기도의료원 6곳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 도는 향후 대응인력, 격리병상, 비축물자 등을 사전 확보하고 보건소 방역 비상대응 태세 및 선별 진료 의료기관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대응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28일 오전엔 민간 감염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고 있다”며 “도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고 정확한 질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의심환자 동향 보고서 유출돼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  

이런 가운데 의정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 동향 보고서가 유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의심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조사 중인 상황에서 현장에 출동한 소방서의 동향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것. 28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중국 폐렴 관련 사항 알림’이라는 제목의 1장짜리 의정부소방서 동향보고서 문서가 올라왔다.

보고서에는 27일 낮 1시 12분쯤 ‘의정부동의 한 주택에서 아이 경련으로 신고된 사항으로 구급차 출동함’ ‘병원 도착해 폐렴은 확진됐으나,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검사 어려워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인 명지병원(고양시)에 검사 요청’ ‘현재 격리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서는 또 하단에 현장 출동 시 안전준수 사항과 함께 해당 소방서 현장 책임자 서명 등이 담겨 있어 신고를 받고 출동 후 작성된 첫 문서로 파악됐다. 의심증상이 나타난 이 환자는 중국 국적의 생후 27개월 된 아이로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보고서는 28일 오전 10시쯤 온라인에서 삭제 조치했다”며 “개인의 일탈 여부 등 유출 경위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