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지는 ‘우한 폐렴’ 리스크… 정부 낙관한 2.4% 성장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지난해보다 나은 경기를 전망한 정부가 ‘우한 폐렴’이란 악재를 만났다. 대형 전염병은 직간접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지난해 GDP 성장률(2.01%)보다 0.39%포인트 올려잡았다. LG경제연구원(1.8%)이나 국제통화기금(IMFㆍ2.2%)은 물론 국제협력개발기구(OECD)ㆍ한국은행ㆍ한국개발연구원(2.3%) 같은 국내외 연구기관보다 높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거란 기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목표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절박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를 낙관한 근거는 외부 여건 개선이었는데 우한 폐렴이 발병했다. 예상 시나리오에 들어있지 않던 변수라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령) 완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유커의 한국 방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면서 유통 대목인 춘제(春節ㆍ설) 연휴 기간 방한하는 유커가 줄어들 전망”이라며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소매판매를 비롯해 관광ㆍ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소비 주체인 개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국내 소비ㆍ여가 활동마저 위축할 수 있다.

이번 우한 폐렴은 여러모로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교된다. 사스는 중국ㆍ대만ㆍ홍콩ㆍ마카오에서 발생했지만, 교통수단의 발전, 세계화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했다. 이번 우한 폐렴도 홍콩ㆍ싱가포르ㆍ대만에서 우한 방문자들이 폐렴 증세를 보인다.

사스의 경제적 충격은 상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홍콩의 경우 사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17억 달러로 추정했다. 싱가포르는 사스로 인해 2003년 GDP 성장률이 1~1.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2003년 2분기, 특히 5월 수출증가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한 것을 모두 사스 영향이라고 가정할 경우 2분기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성장률 0.25%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경제성장률 문제만이 아니다. 1999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양국 간 관광객 수가 사스 발병 직후 동반 감소했다. 2002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12만 명이었지만 2013년엔 194만명으로 꺾였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53만 9400명에서 51만 2700명으로 줄었다.

국내에서만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국내 외국인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6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2% 급감했다. 2011년 2월(-7.3%) 이후 4년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그 여파로 그해 2분기 GDP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염병은 국가 간 교류ㆍ무역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출 주도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우한 폐렴처럼 중국이 핵심 발병지인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한 폐렴이) 확산하지 않을 경우 단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후 경기가 반등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경제에 상당한 후유증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사스 발병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하고, 폐렴 원인을 조속히 알려 감염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정보 교환 채널을 마련해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설 연휴 직전인 22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우한 폐렴 사태 관련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데 이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에도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날 우한 폐렴을 안건으로 긴급 간부 회의를 열었다. 홍 부총리는 “현 시점에서 실물 경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국내 확산 상황 등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가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시장 불안 확대 시에는 시장 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허정원 기자 kh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