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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배민 거친 '스타트업 대모'···23세 직원은 반말로 상담

중앙일보

입력

2000년대 네이버, 2010년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거쳐 2020년 스타트업 조이코퍼레이션(채널톡)과 클래스101. 천세희(46) 조이코퍼레이션 고문은 급성장하는 벤처·스타트업을 두루 거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20년간 이들 회사에서 고객 서비스 시스템, 사업 운영 정책 등을 수립했다. 지금은 연매출 6조원(네이버), 기업가치 4조8000억원(우아한형제들)의 덩치 큰 회사가 됐지만, 그가 몸담았을 때만 해도 네이버와 우아한형제들 모두 급속히 발전하던 벤처기업이었다. 회사가 성장하면 안주할 법도 한데, 천 고문은 또 새로운 회사로 터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현재 몸담은 조이코퍼레이션과 클래스101이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천세희 조이코퍼레이션 고문은 온라인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부대표로 재직하는 동시에 조이코퍼레이션에서는 사외 고문으로 활동하며 두 회사의 성장을 돕고 있다. 그에게는 숱한 스타트업인들의 SOS가 끊이질 않는다. 천 고문은 이들에게 사업과 관련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준다. [조이코퍼레이션]

천세희 조이코퍼레이션 고문은 온라인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부대표로 재직하는 동시에 조이코퍼레이션에서는 사외 고문으로 활동하며 두 회사의 성장을 돕고 있다. 그에게는 숱한 스타트업인들의 SOS가 끊이질 않는다. 천 고문은 이들에게 사업과 관련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준다. [조이코퍼레이션]

벤처회사의 급성장기를 연달아 경험한 그는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천 고문은 온라인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부대표로 재직하는 동시에 조이코퍼레이션에서 사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는 숱한 스타트업인의 SOS(구조요청)가 끊이질 않는다. 천 고문은 이들에게 사업과 관련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준다. 스타트업인에게 '대모'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조이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천 고문을 만나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조건은 무엇인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는지 물었다.

그는 네이버에서 CS팀장,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서비스운영실, 소상공인 지원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 이사 등을 지냈다. 과거에는 고객 응대라고 하면 무릎 꿇고 비는 식이 전부였는데, 2010년대들어서는 고객의 요구를 실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그의 업무는 점차 서비스 운영, 브랜딩, 플랫폼 기획, 정책, 위기 관리 등으로 넓어졌다. 천 고문은 자신과 같은 역할을 '오퍼레이터'라고 한다. "오퍼레이터는 시스템 개선, 마케팅, 세일즈, 고객응대까지 업무가 다양하다"며 "회사가 건강히 성장하려면 오퍼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몸담고 있던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와 인수·합병(M&A)하면서 기업가치 4조8000억원을 인정받고 엑싯(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천 고문은 "6년전 김봉진 대표 등 직원들과 소소하게 회식하던 사진을 찾아봤다"며 "연매출 30억원하던 시절이었는데 이때는 그 누구도 지금의 배달의민족(배민)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배민이 잘돼서 좋은게 아니고 이때가 좋아서 지금의 배민이 좋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너무 좋죠. 우리나라에서 이정도 크기 딜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지요. 국내 스타트업이 가는 길을 키워줬다고 생각합니다. 형님이 4.8조원 찍었으니 이제는 동생 기업들이 5조원 찍어야죠."

왜 또 다른 회사로 옮겼나요.

"성장하는 회사에 있는게 좋아요. 그날 그날 소소한 결정이 결국 4조8000억원의 회사를 만듭니다. 그날, 그 사람의 열정, 결정, 팀워크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모여 실적을 만들고 역사를 만들거든요. 동료들이랑 같이 뭔가 한다는 것은 마약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안정권에 들어서면 개인 결정보다는 시스템과 시장, 운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내가 너무 빈궁해서 이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하는게 아니면 옮겨볼만 해요.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젊은 조직을 선택하면 제 비즈니스 생명력은 길어집니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클래스101과 조이코퍼레이션은 어떻게 오게 된 걸까. 천 고문은 "조건으로 본다면 ▶성장하는 시장에 몸 담은 기업이어야 하고 ▶성장하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존버'(버티는) 정신과 팀워크, 회사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공통된 가치관이 잘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이코퍼레이션의 '채널톡'은 홈페이지 방문객이 채팅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채팅 솔루션이다. 클래스101은 공예·음악·비지니스 등 다양한 분야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는 클래스101에서 가장 합이 잘맞는 직원을 얘기하며 2000년생, 1997년생 기획자를 언급했다. 천 고문의 첫째, 둘째 자녀가 2000년생, 97년생이니 자식과 같은 아이들과 일하는 셈이다. 게다가 클래스101은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직원들끼리 반말을 쓰는 사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제도 23세 직원이 '일의 의미를 모르겠어'라고 고민을 토로하더라고요. 제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내가 시키는 일 한 달 동안 해봐'라고 조언했어요."

젊은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포기할 것도 많아요. 경제적인 수입도 그렇고, 명예도 그렇고요.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나오고 간판을 떼야 합니다. 자기 능력을 쌓는 것도 스킬이고요. 대기업에서 대접받다가 여기 스타트업 오면 '쌩 신인'이에요."

천 고문은 조이코퍼레이션에서 브랜드, 마케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인터뷰가 있는 이날도 오후에 조이코퍼레이션 임원들과 함께 외부 미팅을 간다고 했다. 조이코퍼레이션 직원들은 천 고문을 '벨라'라는 영어 이름으로 부르면 수다를 떨었다.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대표는 "벨라가 회사에 온 덕분에 우리가 가지지 못했던 '20년간의 내공'을 단번에 얻었다"고 했다.

천 고문처럼 경험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을 즐길 줄 아는 시니어라면 올만 해요. 나이가 들수록 머리에 많은 것들이 프로세스화돼 있을텐데 이걸 경계해야 합니다. 시니어일수록 슬라임같이 머리가 유연해야 하고요. 그래야 젊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습니다."

천 고문은 매주 금요일을 '커리어 상담'을 위한 날로 정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상담을 요청한다고 한다. 직업과 회사 운영 등과 관련한 내용이다.

"저처럼 어떤 한 가지 일을 20년 한 것은 제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장이 키워준 것이고 장시간 역할 수행을 할 수 있었던 운도 따른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다시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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