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총선 전략] 4전 4승 했는데 "대구는 험지"···유승민 휘감는 '朴의 악연'

중앙일보

입력 2020.01.26 06:00

업데이트 2020.01.27 09:39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중앙포토]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중앙포토]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네 차례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52.0%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래 쭉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 소속으로 84.4%의 득표율을 찍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충돌해 ‘친박’ 딱지를 뗀 뒤에도 지역구는 사수했다. 2016년 20대 총선은 유 의원에게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에선 ‘진박 마케팅’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TK(대구ㆍ경북) 지역을 둘러싼 공천 파동이 벌어졌다. 공천에서 배제된 그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기호 5번을 받은 유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 점퍼 대신 흰색 점퍼를 입은 채 선거 운동을 했고, 75.7%의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유승민 의원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기호 5번을 달고 출마해 당선됐다. [중앙포토]

유승민 의원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기호 5번을 달고 출마해 당선됐다. [중앙포토]

지난 12월 28일 유 의원은 새보수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보수 정치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며 대구 동구을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수도권 출마 전망도 있었지만 유 의원은 ”여기서(대구) 바람을 일으켜 전국에 흩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4번 내리 당선된 동구을을 ‘험지’라고 표현했다. “새보수당에게 대구는 험지이지만 누군가는 TK에서 이런 도전을 해야 한다”면서다.

유 의원이 대구를 험지라고 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구의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구속 수감됐다. 유 의원도 총선 뒤 새누리당 복당→새누리당 재탈당→바른정당 창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으로 순탄치 못한 길을 걸었다. 유 의원은 이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에는 ‘유승민 심판론’이 등장했고, 대구 동구을에 출마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다. ‘박근혜 변호인’으로 알려진 도태우 변호사는 ‘유승민 심판에 몸을 던지겠다’는 출사표를 내고 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해외 순방 중 성추행 논란으로 물러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배신의 정치를 끝내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유 의원을 겨냥해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때마다 방청석을 지킨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희 전 육군 중령과 당협위원장인 김규환 한국당 의원(비례대표) 등이 출사표를 던져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정치적 악연(惡緣)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승민 의원이 2016년 11월 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중앙포토]

유승민 의원이 2016년 11월 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런 ‘악연’을 의식해서였을까. 유 의원은 최근 경북도당 창당대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사면됐으면 좋겠다”며 “박 전 대통령이 겪는 고초에 대해 인간적으로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보수가 미래로 나가기 위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했다.

새보수당의 리더격인 유 의원은 지역구에 전력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합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벌여야 하고, 새보수당 후보들의 지원 유세도 나서야 한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총선까지 시간이 남았고, 대구에는 부정적인 여론뿐 아니라 우호 여론도 분명히 있는 만큼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간의 통합이 되면, 본인이 대구행을 고집해도 결국 수도권에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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