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추미애 "6명만 남겨달라" 윤석열 마지막 요청도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협의하면서 핵심 사건 수사 지휘를 위해 필요한 대검찰청 간부 6명만이라도 유임해달라고 최종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이번 추 장관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지난 13일자 고위급 검찰 인사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패싱’이 이어졌다는 법조계의 평가가 나온다.

전원 유임서 6명만 남겨 달랬는데도 묵살…또 ‘윤석열 패싱’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번 주 2~3차례 중간 간부 인사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고, 윤 총장은 최종적으로 대검찰청 차장검사급에서 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과 양석조 선임연구관, 임현 공공수사정책관을, 부장검사급에서는 엄희준 수사지휘과장과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그리고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을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9일께 윤 총장이 법무부에 대검찰청 중간 간부들의 ‘전원 유임’ 의견을 낸 데서 물러선 것이다. 당시 대검 중간간부들은 모두 “부서 이동을 희망하지 않는다”며 대검에 남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발령을 받은 후 6개월 만에 다시 보직을 바꾸는 것이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후의 6인은 모두 윤 총장과 대검찰청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부패와 공안 분야 핵심 참모진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1~4차장과 그 밑에 부장검사들이 윤 총장의 ‘손과 발’ 역할을 담당한다면, 이들은 현안 수사에서 윤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담당한다. 조국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핵심 수사 사안에 대한 진척 상황부터 핵심 피의자 진술 보고, 수사 전략 수립 업무 등을 윤 총장과 함께 해왔다.

양 선임연구관은 최근 대검찰청 간부의 상가에서 조 전 장관의 무혐의 주장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네가 검사냐”며 항의했던 인물이다.

심재철(左), 양석조(右)

심재철(左), 양석조(右)

특수통 윤석열, 공안 참모진은 꼭 남기려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이날 인사로 뿔뿔이 흩어졌다. 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은 원주지청 지청장으로, 임현 공공수사정책관은 대전지검 차장으로 이동한다. 양석조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엄희준 수사지휘과장도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으로,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은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좌천된 정권 수사 검사들

좌천된 정권 수사 검사들

관련기사

특수통인 윤 총장 특히 공안 담당 참모들을 잃은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한다. 검사 시절 공안 관련 수사 경험이 부족한 윤 총장에게 울산 사건과 같은 굵직한 공안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하는 데 큰 몫을 해줬기 때문이다. 또 오는 4월 총선이 지난 이후에도 반드시 필요한 참모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중앙지검에서는 조 전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해 온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이 유임되길 원했지만, 고 부장도 이날 인사로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다만 법무부는 윤 총장의 입장 일부를 반영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을 유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이복현 반부패4부장도 신설되는 경제범죄형사부로 옮겨 수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별다른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중앙지검의 일부 부장검사는 남겼지만, 직속 상관인 차장검사들을 모두 물갈이한 데다 윤 총장의 핵심 참모들까지 갈아치워 지난 인사에 이은 2차 ‘윤석열 패싱’”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는 손준성 원주지청 지청장, 공공수사정책관에는 예세민 서울고검 검사가 낙점됐다. 고필형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이 신임 수사지휘과장으로, 이건령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장이 공안수사지원과장, 최창민 의정부지검 공공수사부장이 선거수사지원과장으로 보임됐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식적으로 "일부 대검 중간 간부 수명은 반드시 유임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무부의 결정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다만 "현안 사건 수사 및 공판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인력 및 조직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