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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장수프로그램 ‘아육대’…트와이스ㆍ엑스원 없어도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모모랜드 주이, 에이비식스 이대휘(오른쪽)가 16일 오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 녹화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모모랜드 주이, 에이비식스 이대휘(오른쪽)가 16일 오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 녹화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어느덧 명절 때 안 보이면 허전한 단골손님이 됐다. MBC 명절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육대(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대회)’ 이야기다. 2010년 시작돼 벌써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도 주목거리지만 노래나 춤이 아닌 스포츠로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큰 화제를 낳았다. 첫 회를 내보낸 2010년 추석 당시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빅뱅, 2NE1 등 정상급 그룹이 대거 불참했는데도 15.3%의 시청률(닐슨미디어, 전국기준)을 기록해 추석 특집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 파업으로 일부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을 때도 ‘아육대’만큼은 매년 빠짐없이 편성되어 왔다.

2013년 설 명절에 방영된 '아육대 [사진=MBC]

2013년 설 명절에 방영된 '아육대 [사진=MBC]

‘아육대’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초반엔 육상 위주로 진행됐으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어가면서 양궁, 씨름, 리듬체조, 풋살, 투구(야구), e스포츠 등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됐다.

‘아육대’가 이처럼 명절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첫째, 스포츠라는 소재로 활용한 덕에 팬덤이 아니라도 부담 없이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최고 73%라는 시청률을 기록한 전설적 예능 프로그램인 ‘명랑운동회’의 K팝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며 “명절이나 휴일에 가족들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스포츠 프로그램인데, 여기에 예능적 요소까지 결합하면서 성공 공식을 충실히 적용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예능에서 리얼리티가 강조되면서 ‘씨름의 희열’(KBS), ‘뭉쳐야 찬다’(JTBC) 등 스포츠 예능이 크게 주목을 받는 가운데 예상외로 뛰어난 운동 기량을 보여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체육돌’이라는 명칭을 얻으며 후광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민호(샤이니, 육상), 윤두준(하이라이트, 풋살), 보라(씨스타ㆍ육상), 예지(ITZYㆍ투구), 쯔위(트와이스ㆍ양궁)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명랑운동회'가 가벼운 운동 형식으로 재미를 주는데 추구했다면 '아육대'는 스포츠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차별성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소 기획사 소속이나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팬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이날만큼은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에이핑크, 여자친구, 제국의 아이들, 비투비, 인피니트, B1A4, 인피니트, 몬스타엑스 등도 대중적 인기를 얻기 전부터 ‘아육대’에서는 강세를 보였다.

둘째, 시청 연령대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있다. MBC 관계자는 “연령대별 시청률을 보면 10ㆍ20대에 편중되지 않는다. 오히려 10ㆍ20대와 40대 시청률이 별로 격차가 없다”며 “특정 인기 그룹의 참여와 불참 여부가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추석 때도 이미 ‘팬덤’이 강력했던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9.6%로 2015년 설(8.9%)과 비교해봤을 때 유의미한 수준의 차이는 없었다.

있지(ITZY)와 NCT127이 12일 오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 개막식에 참석해 UV 오프닝 공연을 보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뉴스1]

있지(ITZY)와 NCT127이 12일 오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 개막식에 참석해 UV 오프닝 공연을 보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뉴스1]

실제로 이번 설에는 트와이스와 레드벨벳 등 인기 걸그룹이 빠지는데다 엑스원(X1)의 해체에 따른 불참으로 팬덤 동원이나 주목성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MBC는 기존 2부(2일)에서 3부(3일)로 확대 편성한 상태다.

셋째, 리듬체조, 컬링, e스포츠(게임) 등 당대 화제를 모은 종목들을 유연하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릴 무렵인 2014년 설 연휴엔 컬링을, 손연재 선수가 활약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였던 2016년 추석 땐 리듬체조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e스포츠 종목으로 넣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인기 축구게임인 ‘피파 온라인 4’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경기 중 일부 멤버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촬영되는 강행군 일정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같은 문제가 매년 지적되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과거에도 인피니트, 방탄소년단, 빅스 등의 멤버들이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올해도 사전 녹화로 제작된 경기 도중 에이핑크의 멤버 보미가 크게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쳤다는 팬들의 게시글들이 올라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달엔 이번 설특집 ‘아육대’ 녹화 현장에서 제작 스태프가 이달의 소녀 멤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일이 벌어져 제작진이 “앞으로 방송 녹화하려 현장으로 가기 전 스태프 교육을 제대로 시키도록 하겠다. 이달의 소녀 멤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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