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박항서 매직’이 주춤했지만, 축구계에 부는 박항서 신드롬은 여전하다. 올 겨울에는 다수의 한국 학원과 클럽 축구팀들이 베트남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박항서 후광 효과’다.
호치민에만 17개팀 500명 모여 전지훈련 #박항서, 정해성 등 현지 지도자도 격려 방문 #'한국-베트남은 형제'...교류 확대 조짐
베트남 남부 도시 호치민에는 올 겨울 500여 명의 한국 초ㆍ중ㆍ고ㆍ대학부 축구선수들이 동계 전지훈련을 위해 모여들었다. 지난해 K리그 준우승팀 울산 현대도 호치민에서 지난달 몸을 풀었다. 정해성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리그 명문 호치민 시티 FC와 친선경기도 치렀다.
올 겨울 호치민 시내 주요 시설 좋은 천연잔디 축구장은 한국 축구선수들이 점령하다시피했다. 초등부 5팀, 중등부 2팀, 고등부 2팀, 대학부 8팀 등 총 17개팀이 호치민에서 훈련 중이다.
당초 베트남은 국내 팀들의 동계훈련지로 주목 받던 곳은 아니다. 하지만 ‘박항서 열풍’ 이후 현지에 한국팀들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베트남에 여장을 푸는 국내 팀들이 대폭 늘었다.
전지훈련 기간 중 베트남 현지 수준 높은 팀들이 적극적으로 친선경기에 응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시아 최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축구와 맞대결하며 한 수 배우기 위해 베트남 현지의 명문팀들이 앞다퉈 평가전을 요청한다. 특히나 베트남 프로팀들이 전지훈련 중인 한국 대학팀들과의 평가전에 적극적이다.
베트남 현지 교민사회에서도 한국팀의 방문에 대해 호의적이다. 한국 축구팀들이 전지훈련 기간 중 소비하는 비용이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이 심정적으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팀들의 호치민 전지훈련을 주선한 신승철 PSL투어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은 근면 성실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다”면서 “운동장과 숙박, 음식 등 제반 시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한국 음식을 위한 식재료를 구하기도 쉬워 전지훈련 준비와 진행 과정에 어려움이 없었다. 전지훈련에 참여한 선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던 만큼, 향후 ‘베트남 동계 전지훈련’이 국내 스포츠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팀을 이끌고 호치민에서 훈련을 진행한 박항서 감독, 호치민에서 프로팀을 맡고 있는 정해성 감독 등 한국인 지도자들이 우리 선수들의 훈련장을 방문해 격려했다”면서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