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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김근식 “안철수 신당, 심산유곡서 백합꽃 찾는 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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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최상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국당·새보수당 통합논의 급물살 … 안철수 합류 가능성은

박형준 혁통위원장(가운데)이 21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혁통위는 곧 중도·보수 통합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시스]

박형준 혁통위원장(가운데)이 21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혁통위는 곧 중도·보수 통합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시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양당협의체를 구성함에 따라 통합 논의엔 속도가 붙었다. 곧 야권 통합의 기본 틀을 발표해 설(25일) 연휴 밥상 메뉴로 올릴 계획이다. 통합 논의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달 말까지 잠정적으로 모든 정당과 세력, 개인을 통합하고, 다음 달 중순쯤 추진위나 준비위를 발족시킬 구상이다.

“중도층 노린 신당은 야권표 나눠 #심판 대상 문 정권에 도움만 줄뿐 #일제란 핵심 거악과 싸우기 위해 #중국은 원수지간 국공합작도 했다”

양당 통합이 마무리되면 남은 관건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한국당은 ‘빅 텐트’를 꺼냈다.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우리공화당부터 중도를 내건 안 전 대표까지 ‘반문(反文)연대’ 깃발 아래 모두 뭉치자는 거다. 하지만 새보수당이 부정적인 데다 한국당 내 유승민 의원에 대한 강한 반감까지 곁들여져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귀국한 안 전 대표가 독자세력화를 선언해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다. 그는 “중도 정당 만들겠다. 야권 혁신 경쟁에 도움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선은 석 달 앞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처럼 막판 극적인 야권 통합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쪽에 있었고, 혁통위 추진위원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만났다.

김근식

김근식

공화당도 통합 대상이란 한국당 황교안 대표 발언 후 혁통위가 삐걱댔다. 안에선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나.
“발언 자체보다도, 큰 쪽은 기득권이 있고 작은 쪽은 피해 의식이 있어 자꾸 충돌하고 부딪치는 것 같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싸움은 실제론 지분권 다툼이란 뜻인가.
“회의에서 대놓고 지분이나 기득권을 말하지는 않는다. 통합 절차와 방식에 대한 이견이지만 본질은 지분 문제 양상으로 보인다.”
왜 그렇게 보나.
“헌 집 부수고 새 집 짓자는 게 ‘보수 재건 3원칙’이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더 큰 집, 좋은 집을 만들어 국민이 볼 때 ‘저 정도 집이면 마음 줄 만하다’는 넓은 집을 만들자는 거다. 그런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양당협의체를 요구했다. 두 칸짜리 집만 짓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두 칸짜리 집에서 우리가 제일 좋은 방을 먼저 잡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통합에 참여했거나 참여할 다른 쪽에서 용납할 까닭이 없다.”
공화당과의 통합은 보수 재건 3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유승민 의원 주장인데.
“유 의원이 주장한 3원칙을 한국당이 받았고, 혁통위 참여세력 모두 탄핵의 강을 건너는 걸 전제로 통합 논의에 참여했다. 논리적으론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공화당이 통합 대상은 아니다. 거꾸로 탄핵의 강을 건너면 공화당도 마지막엔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은 통합 필수 대상이 아니지만 선택 사항이다.”
궁극적으로 야권 통합은 어떤 모습인가.
“한국당과 새보수당 통합은 소통합이다. 혁통위에 지금 참여 중인 사람, 기관, 단체가 모두 광범위하게 포함되면 중통합이다. 안철수 전 대표와 중도 세력,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공화당까지 힘을 합치는 게 대통합이고 발전해야 한다. 양당 협의와 별개로 혁통위 차원에서 반문연대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모든 정당과 세력의 합류가 이어질 것이다.”
안 전 대표 측근이었지만 혁통위서 그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왜 그런가.
“1년 전쯤 독일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나 중도 보수까지 아우르는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건의한 적이 있다. 그 뒤에도 몇 차례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런 방향으로 선택하길 지금도 바란다.”
귀국한 안 전 대표는 중도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제 와서 야권에 힘을 모으는 선택이 가능할까.
“중도 정당으로 가다가 막판 통합이나 연대할 가능성은 열려 있고, 병행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새정치연합이란 독자 신당으로 가다가 막바지에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통합한 예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란 맑고 깨끗한 심산유곡에서 백합꽃을 찾는 격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진흙탕이다. 진흙탕서 연꽃을 만들어내는 게 현실 정치다.”
통합 없인 안철수 신당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뜻인가.
“총선 과정에서 안철수 바람이 어느 정도 생길 수 있다. 걱정스러운 건 그런 지지가 결국 문 정권 심판이란 국민적 요구와 에너지를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돕고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는 거다.”
안철수 바람이 태풍으로 불어 댈 수도 있지 않나.
“민주당도, 한국당도 싫다는 중도층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만하고 무도한 문 정권의 폭주가 더해가고 이를 심판하려는 반문 정서가 결집되면서 총선은 친문 대 반문의 최대 결집 양상을 보인다. 안철수 개인의 매력도 국민의당 실패, 바른미래당 실패로 예전에 비해 약화된 게 현실이다.”
안철수 신당이 보수 통합과 별도의 반문연대로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지 않나.
“통합 신당이 아니라도 안 전 대표가 반문연대란 대의에 합류할 방법은 있다. 소속 구단이 다르지만 한·일전을 위해 국가대표 소집을 하는 방식이다. 원수지간이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도 항일투쟁을 위해 국공합작했다. 당장 심판해야 할 거악과 맞서려면 반문연대로 뭉쳐야 한다.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가설정당을 만들 예정이다. 단일 정당으로 통합이 어렵다면 반문세력이 가설정당에 지역구 후보를 내는 방식으로 집결할 수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각 당간 지역을 분할 합의하고 유승민 세력이든 안철수 세력이든 가설정당의 지역구 후보로 야권 단일화를 실천하는 거다. 국가대표 한·일전이 끝나면 소속 구단으로 돌아가 경쟁하면 된다.”
문 정권 심판이 왜 이번 총선의 제1 목표가 돼야 하나.
“하버드대 레비츠키 교수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갈파했듯이, 문 정부는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사실상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대법원, 헌재, 선관위와 4+1의 국회 장악을 넘어 검찰과 경찰까지 지배하고 있다. 무한 폭주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모든 정치 세력의 의무이고 마지막 기회다.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고 위기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안 전 대표는 한국당도 혁신 대상이라고 하지 않나.
“맞다. 혁통위가 통합 앞에 혁신이란 명칭을 쓴 것도 혁신과 통합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황교안 대표는 우파 통합, 보수 통합이란 익숙한 워딩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문이지만 자신을 우파나 보수로 일체화하지 않는 중도 세력에게 불편한 단어다.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뿐이라면 문재인 정권 심판은 어렵다.” 

안철수 신당 정치적 파괴력은

이태규

이태규

지역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한계를 들어 안철수 신당의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은 많다. 2016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성공한 건 반(反)문재인 정서가 워낙 큰 호남에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호남은 28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줬다. 하지만 지금 호남은 문재인 정부, 영남은 한국당에 대한 지지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안철수 전 대표의 개인적 파괴력도 떨어져 최근 조사에선 비호감 1위 정치지도자에 올랐다.

하지만 제3정당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은 20대 총선에 비해 오히려 넓어졌다. 정치 양극화와 함께 중도층은 날로 커지고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한국당은 ‘패스트 트랙 정국’에서 우경화의 모습을 보여줬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쪽은 ‘보수’를 앞세워 새 당을 만들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민주당도 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지난달 20% 선에서 열 명 중 세 명꼴로 늘었다.

안철수계인 이태규 의원은 “앞으로 한 달 싸움인데,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낙관했다. 그는 “20대 총선 때도 처음엔 반응이 냉랭했고 지지율이 8%까지 떨어졌지만 결국 진정성이 먹혀 바람이 일었다”며 “다음 달 초쯤 누구와 어떤 정치를 할지 큰 윤곽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의 반문재인 연대 요구가 거세질 경우 통합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전망에 대해 그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반문재인 야권표 분산’ 비난엔 “현재 야당은 이길 수 없는 1등”이라며 “문재인 정권도 싫지만 한국당도 싫어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유권자에게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연 논설위원, 정리=김서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