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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부사관 전역심사 진행"…軍, 인권위 권고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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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21일 군 복무 중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군 부사관의 전역심사를 연기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했다. 군 당국은 “이미 공지된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해당 부사관의 전역 여부를 결정할 전역심사위원회를 당초 계획대로 오는 22일 열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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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관계자는 이날 “인권위 권고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이해하나 이번 전역심사는 군인사법 등 현행 법령에서 정한 절차대로 계획된 만큼 연기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인권위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3시쯤 상임위를 열고 '군 복무 중 성전환 부사관 대상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에 대한 긴급구제의 건'을 의결했다. 의결된 내용은 성전환 수술을 받은 A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인권위 조사 기한인 3개월 후로 연기하라는 것이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이번 사례에 ‘성별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군 당국은 이번 전역심사는 군 병원에서의 의무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희망에 의한 법적 성별 정정을 이유로 전역심사가 열리면 인권위의 지적대로 차별이 될 수 있지만, A하사에 대한 전역심사는 이와 달리 심신장애 판정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며 “신체 손상으로 전역한 다른 인원들에게는 성전환 수술의 특수성으로 전역심사가 미뤄지는 것 역시 또 다른 차별이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A하사는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 후 치료를 위해 군 병원을 찾고 3급 심신장애 판정을 받았다. '고환 양측을 제거한 자'를 3급 심신장애로 분류한 국방부 심신장애자전역규정에 따라서다. 이후 육군은 관련 규정대로 A하사를 전역심사위원회에 넘겼다. A하사는 육군의 조치에 반발해 시민단체와 인권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군 당국이 인권위 권고를 거부하고 원칙을 강조한 만큼 전역심사위원회에서의 전역 결정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군 내부에선 A하사의 전역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군 당국자는 “심신장애 3급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역으로 결정된다”며 “성기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신체부위의 손상으로 기존과 같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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