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한 폐렴 환자 "처음엔 감기인 줄…목 찢어지는 고통"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20:10

업데이트 2020.01.22 22:22

지난 13일 진천량(23,가명)씨가 입원해 있던 중국 우한시 진인탄 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신종 폐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환자 가족 제공]

지난 13일 진천량(23,가명)씨가 입원해 있던 중국 우한시 진인탄 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신종 폐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환자 가족 제공]

우려가 공포로 바뀌고 있다. 바이러스를 넘어 두려움이 전염되는 양상이다.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폐렴이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성, 상하이(上海)까지 번졌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현재 확진자수는 중국 내에서만 221명,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폐렴 확진 후 20일 만에 완치된 20대 남성
극심한 고통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
누나가 함께 격리 병실에 들어와 간호해
우한 병원에 발열환자들 몰려..공포 확산 중

특히 사람 간 전염 현상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중국 내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생 시 퇴치에 공을 세워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鍾南山)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급전문가팀장이 “지금은 사람 간 전파가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인구의 절반 이상 이동하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을 사흘 앞둔 21일 중국 정부도 초비상이 걸렸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고 지시하면서 ‘우한 폐렴’ 확산 방지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대응과 달리 실제 ‘우한 폐렴’ 확진자의 상태와 감염 경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우려가 높은 상태. 취재진은 수소문을 통해 실제 우한시에 거주하며 ‘우한 폐렴’에 감염된 20대 중국인 남성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진천량(金晨亮·가명)씨는 23세 직장인으로 20여 일 간의 치료를 거쳐 지난 15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증상이 처음 나타났던 상황을 설명해달라.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저녁에 증세가 처음 나타났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고, 온 몸에 힘이 없었다. 25일 회사에 조퇴를 하고 가까운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약을 먹었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계속 어지러웠고 몸에 열이 점점 더 나기 시작했다. 4일이 지난 29일, 몸이 낫지 않아 병원을 찾아가 혈액 검사를 했다. 의사가 결과가 이상하다며 입원을 권했다. 이미 체온은 39도에 이르렀다.

신종 폐렴 확진 판정은 어떻게 받았나

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반나절 쯤 지났을까. 숨 쉬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졌다. 의사가 찾아와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이 의심된다면서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매우 낮아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정이던 올해 1월 1일, 전문병원인 진인탄(金銀谭) 병원으로 이송됐다. 열은 40도에 가까웠고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구급차로 이동했다. 신종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건 1월 2일이었다.

몸이 많이 아팠을 것 같다.  

무서웠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환자실에 옮겨졌을 때 나는 병상에서 몸을 움직일 기운조차 없었다. 열이 올랐다가 약을 먹으면 내려가는 일이 반복됐다. 그렇게 14일을 병과 씨름한 뒤 지난 15일 퇴원했다.

어디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생각하나

내가 일하는 곳이 우한 기차역 부근이다. 회사에서 화난(华南)과일시장까지 길 하나만 건너면 된다. 지난달 21일이었다.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 왠지 과일이 먹고 싶어서 시장에 들렀다. 그날은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 시장을 잠시 둘러봤다. 5~1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비를 맞아 옷이 약간 젖었던...그 느낌을 기억한다. 그리고 돌아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했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당시엔 감기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냐하면 그때는 누구도 지금 같은 전염병에 대해선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에선 어떻게 회복이 가능했나

올해 나이가 23세로 젊었기 때문에 회복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몸이 건강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흉부CT를 찍고 집중 치료를 받았다. 회복이 빠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나에게 더 중요한 이유는 친누나가 나를 돌봐줬다는 거다. 많은 간호사들이 내가 회복한 건 기적이라고 했다.

누나가 격리된 중환자실 병동에 함께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 진인탄 병동으로 옮겼을 당시 병원 경호원 2명과 의사 2명이 병실로 들어오려는 누나를 내쫓으려고 했다. 당연한 일이다. 누나는 감염 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누나는 자신이 돌봐줘야 한다. 병에 걸려도 좋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병원에선 할 수 없이 누나를 같이 격리시켰다. 그때 나는 온 몸이 아파 물 한 모금도 내 손으로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음식을 먹으면 목이 찢어질 듯 했고 위가 타들어가는 듯 했다. 누나는 내 옆에서 우유에 분유를 타서 먹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분유를 먹으며 버텼다. 그러면서 수많은 약을 먹었는데 누나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몸은 그 때를 기점으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누나는 감염되지 않았나

내가 병원에 15일 있었고 누나는 12일 만에 밖으로 나왔다. 가벼운 감기 증세를 앓았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감염 여부 검사도 받았는데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 지켜본 병실 상황은?

내가 있던 병실에 3명이 더 있었다. 68세, 62세, 42세 남성이었다. 모두 제대로 밥을 떠먹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다. 모두 인공호흡기와 심전도기를 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신체 징후를 매일 관찰했다. 불안했다. 그들에겐 나처럼 곁에서 직접 돌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의사는 정신없이 바빴다. 환자가 너무 많았다. 타 지역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대거 이 병원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병원비 부담은 어떻게?

대략 1만 위안(170만원) 정도 들었다. 앞에 있던 작은 병원에선 신종 폐렴 확진 판정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하루 1000위안(17만원)씩 자비 부담했다. 그후 진인탄 병원에 와서는 보증금 3000위안(51만원)을 내고 치료비를 낸 건 없다. 정부에서 모두 부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다른 확진자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나

힘들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병원 안에 있다.

현재 우한 분위기는 어떤가

시민들이 많이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요즘은 나가면 감염될까 무서워 밖에 잘 나가질 않는다. 어제 내 친구가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병원에 갔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밤 10시 반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병원마다 발열 환자들이 몰려서 대기 인원이 매우 많다. 사람들이 그만큼 무서워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 가지 당부할 말이 있다고 했다. "감기 증세가 있다고 느껴지거나 열이 난다고 싶으면 누구든 곧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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