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서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 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해법이 되려면 ▶기술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3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파리 근교 트리아농 팰리스 베르사유 호텔에서 열린 총회 환영사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히고 그룹별 토론을 주재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제시한 어젠다 가운데 원가 저감은 수소 에너지 확산에 결정적인 요소로 꼽혀 왔다.
예를 들어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훨씬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을 자랑한다. 공기정화 기능도 우수하다. 하지만 발전장치가 복잡하고 비싼 게 걸림돌이다. 또 전기차는 전지와 모터만 탑재하면 되지만 수소차는 수소연료탱크와 모터 외에 발전장치까지 얹어야 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언급한 원가 저감과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는 그런 의미에서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수소산업 각 분야·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해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월부터 공동 회장을 맡은 수소위원회가 이번 총회에 맞춰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의뢰해 ‘수소원가 경쟁력 보고서’를 펴낸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보고서는 수소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유통∙활용 등 각 단계에서 원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10년 이내 최대 50%의 원가 저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럭 운송, 산업용 열원 생산 등 수소 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20여개 이상 분야에서 원가 저감이 예상되는데 이들 분야는 현재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다. 원가 저감의 이유로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용 하락,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소 공급 가격 감소, 수소 활용 사업군의 생산 확대에 따른 수소전지시스템 원가 감소 등을 들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맥킨지 보고서가 수소의 잠재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제고할 뿐 아니라, 수소산업 전반의 원가저감과 함께 수소사회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소위원회는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때 출범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의 협의체다. 현재 정 수석부회장과 프랑스 에너지기업 에어리퀴드의 브누아 포치에 CEO가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3M∙BMW 등 에너지∙화학∙완성차 및 부품 업체 등 81개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정 수석부회장은 총회가 끝난 뒤 프랑스 정부가 주최하는 투자유치행사(Choose France Summit)에 참석했다. 프랑스는 매년 전 세계 주요 경제인들을 초청해 이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국무총리, 주요 장관들을 비롯해 190여개 글로벌 기업 리더들이 참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1~22일에는 스위스 다보스로 이동해 WEF에 참석한다. 주요국 정상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 주요 완성차 및 부품업계 CEO와도 잇따라 비공개 면담을 갖고 폭넓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정 수석부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석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