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구통합신공항 주민투표에 촉각 세운 후보지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15:55

업데이트 2020.01.21 16:41

2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이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이다. 김정석 기자

21일 오후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1961년 개항한 대구공항의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이날 오전 찾은 도암리는 여느 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버린 땅 위로는 개들이 뛰놀고, 굴뚝마다 점심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공항 들어서면 고즈넉한 농촌 풍경 뒤집혀
고향 떠나 다른 삶 살아야 해 긴장된 표정
지역 침체에서 건질 계기된다는 기대감도

하지만 이곳이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로 최종 선정된다면 이 풍경은 단번에 뒤집히게 된다. 면적 1530만㎡에 달하는 관문공항이 들어서 세계 각국의 항공기들이 드나든다. 공항이 들어서게 될 경우 좋든 싫든 이곳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야 하고, 기존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표정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어느 지역으로 대구공항을 이전할지를 정하는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길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60대 주민은 “이곳에 공항이 들어오면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나야 하지만 지역이 너무 낙후돼 공항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다른 동네로 이사해 텃밭 하나 일굴 수 있는 보상금은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곁에 서 있던 주민도 맞장구를 치며 “현재 공시지가대로 보상금을 쳐준다면 국내 어디에서도 집 하나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현실적인 보상책을 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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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도암리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인 경북 군위군 우보면 달산리도 또 다른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다. 이곳 역시 농한기 농촌 풍경이긴 매한가지였다. 달산리의 낚시 명소인 달산지는 그 중에서도 공항이 들어설 경우 활주로가 위치하는 공항의 중심지.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모(79)씨도 공항이 들어서면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라고 했다.

21일 군위군 우보면 달산리에 위치한 달산지. 대구통합신공항이 이곳에 들어서게 될 경우 활주로가 지어질 장소다. 백경서 기자

21일 군위군 우보면 달산리에 위치한 달산지. 대구통합신공항이 이곳에 들어서게 될 경우 활주로가 지어질 장소다. 백경서 기자

이씨는 “시집 와서 쭉 이곳에 60여년을 살았다. 공항이 들어설지는 투표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날 진행되고 있는 주민투표에 촉각을 세웠다.

겉으로 보면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들은 한적한 농촌에 불과했지만, 공항 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한 때부터 땅값은 꿈틀대 왔다. 특히 이전 후보지 선정이 임박하자 이전 후보지와 주변지역의 땅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군위군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공항 이전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 달산리 일대는 지금 평당(3.3㎡·논밭기준) 20만~30만으로 형성돼 있다”며 “공항 부지로 최종 선정되면 부지 주인은 보상 받고 나갈 테니 오히려 주변 지역의 땅값이 5~6배 정도로 크게 뛸 것 같다”고 예측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보면과 이웃한 부계면은 논밭 기준으로 평당 70만원 정도에 거래가가 이뤄져 있다.

최근엔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의 토지 매물도 전혀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의성군 비안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공항 이전 후보지들의 땅값이 서서히 오르면서 거래는 이뤄지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매물이 없다. 땅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3~4배 늘었다”고 전했다.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을 위한 경북 군위·의성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의성군 주민들이 의성읍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뉴스1]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을 위한 경북 군위·의성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의성군 주민들이 의성읍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뉴스1]

지역의 땅값이 오르고, 소유주들이 일단은 매물을 내놓지 않는 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서다. ‘지방소멸론’의 대표적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북 의성과 군위를 오랜 침체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군위군이 고향인 이은주(35·대구시)씨는 “공항이 들어서면 사람들도 모이고 상권도 활성화돼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1일 오전 6시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 주민투표의 투표율(사전투표·거소투표 포함)은 오후 3시 기준으로 군위군 75.41%(1만6725명), 의성군 84.91%(4만1124명)이다. 투표는 오후 8시 종료된다.

의성·군위=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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