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 온다···2020년 AI 7대 트렌드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13:05

업데이트 2020.01.21 15:37

 리카이푸 중국 시노베이션벤처스 회장이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콘퍼런스에 나와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인공지능 수퍼파워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TED]

리카이푸 중국 시노베이션벤처스 회장이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콘퍼런스에 나와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인공지능 수퍼파워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TED]

중국에는 이른바 ‘인공지능(AI) 국가대표팀’이 있다. 민·관이 협동으로 AI 플랫폼 15대 기업을 지정해 기술 혁신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은 이 AI 국가대표팀에 ‘거래 제한’이라는 수를 뒀다. 지난해 10월 센스타임, 메그 비 등 중국의 대표적 AI 기업들이 미국의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이름이 올랐다. 화웨이·하이크비전 등이 이미 포함되어 있던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표면적 명분은 중국이 AI와 안면인식 기술로 소수민족을 감시하고 탄압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 AI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중국 간 AI 관련 연구 지표 그래프

미국-중국 간 AI 관련 연구 지표 그래프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동력인 AI가 정보통신기술(ICT) 시대 미국 중심의 일극체계를 중국과 미국의 양극체계로 전환시키고, 민족주의를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1일 ‘2020년 AI 7대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고 첫 번째로 ‘중국의 AI’를 꼽았다. ETRI는 그간 산업의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었지만, 중국은 정부 주도로 풍부한 ‘데이터 가치사슬’을 창출하며 자신만의 AI 색채를 가진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봤다. AI 전략이 기술경쟁을 넘어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AI 민족주의’가 등장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AI와 관련한 자국의 데이터, 서비스 등을 보호하고 타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새로운 국민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AI 선도 기업과 서비스들은 무역 거래제한 조치, 조세 제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의해 국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AI 기술이 정치 질서와 맞물리며 국가 간 과학기술 격차는 물론 강력한 무기화 가능성을 지적한다. AI를 살상무기로 사용하는 ‘치명적인 자율 무기 시스템(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을 금지하려는 다국적 노력이 지난해 8월 제네바에서 열린 UN 고위급 회담에서 무산됐다. 보고서는 이를 AI 무기의 완전한 금지를 바라지 않는 전통적 군사 강국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은 AI와 인간, 무인무기와 인간이 협업하는 무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AI를 인간의 보조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국방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군사적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AI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만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AI

『2020년 AI 7대 트렌드』 분야별 핵심 정리 개념도

『2020년 AI 7대 트렌드』 분야별 핵심 정리 개념도

‘창작지능의 진화’도 트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AI가 만든 그림·소설·영화는 인공지능이 창작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18년 국내에서 AI가 쓴 소설의 공모전에 열렸고, 앞서 2016년 일본에서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AI가 쓴 단편소설이 1차 예심을 통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해당 작품의 작가가 AI라는 사실을 눈치재지 못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AI가 단순한 모방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는 설계, 전략 도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를 활용하면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 R&D 생산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0년 AI 7대 트렌드

2020년 AI 7대 트렌드

‘증강 분석(Augmented analytics)’과 ‘다크 데이터(Dark Data)’도 순위에 올랐다. 증강분석은 머신러닝과 AI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다크 데이터는 비즈니스 활동과정에서 나오는 비정형화된 정보자산이나 분석기술의 한계로, 지금까지 거의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를 말한다. AI는 기존에 없던 분석기법을 통해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데이터 범위와 분석의 한계를 없애고 있다. 또 AI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통찰력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외에도 ‘AI 호문쿨루스(Homunculus)’,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Form factor:구조화된 형태)’가 꼽혔다. 호문쿨루스란 옛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인간을 뜻한다. 인간의 지능이 신체의 기능과 연관을 맺으며 진화한 만큼, AI 역시 자동차, 드론, 로봇 팔 등 물리적 실체가 있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더욱 발전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시대별 정치-경제-기술 파동 그래프

시대별 정치-경제-기술 파동 그래프

이승민 ETRI 기술경제연구실 박사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며 “그만큼 AI 기술은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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