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무리한 수사의뢰였나···한남3재개발 건설3사 무혐의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12:00

업데이트 2020.01.21 16:42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3재개발구역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3재개발구역 전경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재개발 블루칩’ 한남3구역(서울 용산구)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과 관련, 수사가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한쪽에선 “애초에 수사의뢰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태일)는 도시정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남3구역 입찰 참여사인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을 수사한 결과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6일 한남3구역에 대한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현대건설 등 3사를 북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일반 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GS건설) ▶조합원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현대건설) ▶공공임대 0가구(대림산업) 등을 약속했는데, 이는 도시정비법 위반과 입찰방해 등에 해당한다는 게 국토부 등의 판단이었다. 정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 과정을 점검해 건설사들을 수사의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이재평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이 한남3구역 수사의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26일 이재평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이 한남3구역 수사의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도시정비법 위반·입찰방해 무혐의 

그러나 검찰은 국토부 등과 정반대로 판단했다. 죄가 안 되거나 죄가 되더라도 재판에 넘길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특히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국토부가 핵심 근거로 “조합원들에게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산상 이익 제공의 의미는 ‘뇌물죄에 준하는 부정행위’여야 하는데, 건설사들의 제안을 그 정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입찰제안서에 쓰인 내용은 건설사가 시공자로 낙찰됐을 때 계약 내용으로 편입돼 이행해야 할 계약상 채무일 뿐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선 “위계·위력 등으로 입찰의 공정을 방해해야 성립하는 범죄인데, 건설사들의 제안이 위계·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혹여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된 후 입찰제안서상 내용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지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는 공소권 없음

검찰은 표시광고법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건설사들의 입찰 제안서 내용이 표시 혹은 광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혐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 기소가 가능한 범죄라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지헌 북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이번 불기소처분은 수사의뢰에 따라 ‘입찰 제안서 등의 내용만으로는 도시정비법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신속히 판단한 것일 뿐 입찰 과정 전반에 어떠한 범법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행위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도시정비법에 따라 입찰무효 등의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7일 한남3구역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한남3구역 [연합뉴스]

“애초 수사의뢰 과했다”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선 “국토부 등의 수사의뢰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사들도 “사전에 대형 로펌으로부터 문제없다고 검토받은 바 있어 이런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도 “국토부 등이 한남3구역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자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건 처리를 검찰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 조합에선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실패하며 비판을 받자 한남3구역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컸다. 국토부·서울시 점검반 안에서도 “수사의뢰할 정도는 아니다”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질적인 정비사업 비리를 끊기 위해 본보기로 강력히 대응한 측면도 있다”며 “건설업계는 이번 사건을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 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를 허물고 기반시설과 5816가구(일반분양 4940가구)를 짓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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