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폐렴 확진자 300명 넘겼다···사실상 출입봉쇄 권고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11:30

업데이트 2020.01.22 00:07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 확진자가 21일 밤을 기준으로 309명으로 집계됐다. 21일을 기점으로 확진자 숫자가 100명 이상 확 늘어난 셈이다.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오후 9시(현지시간)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가 309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입 빌어 사실상의 출입봉쇄 권고
한국과 가까운 동북지방 다롄서도 확진 1명
환자 95% 이상이 우한과 관련 있어”

후베이(湖北)에서 270명, 베이징(北京)에서 5명, 광둥(廣東) 14명, 상하이(上海) 6명, 저장(浙江) 5명, 톈진(天津) 2명, 허난(河南) 1명, 충칭(重慶) 5명, 대만 1명 등이다. 당국이 밝힌 사망자 숫자도 6명이다. 의심 환자도 14개 성에서 총 54명이 신고됐다. 중국 최대 황금연휴인 춘제(설 연휴)를 맞아 수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늘어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에 대해 경고 수위를 높였다. 21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WHO 중국 사무소는 "최근 상황을 보면 이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이 지속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WHO 사무소는 또 "현재 이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은 매우 적다"면서도 "그러나 WHO와 중국 등 관련국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연구에서 진전을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WHO는 우한에서도 현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WHO는 22일 긴급 위원회를 열고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WHO등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과학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 위생 안전을 공동으로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생 시 퇴치에 큰 공을 세워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鍾南山)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급전문가팀 팀장 겸 중국 공정원 원사 역시 “지금은 사람 간 전파가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20일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폐렴과 관련해 "사람 간 전파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CCTV 캡처]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20일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폐렴과 관련해 "사람 간 전파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CCTV 캡처]

중난산 원사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까지의 자료를 볼 때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분명히 사람 간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추정 수준에 머물렀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중국 보건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그는 “광둥(廣東)성에서만 두 건의 케이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 원사는 한 환자의 경우 이 환자가 직접 “우한(武漢)에 가지는 않았고 가족 중 한 명이 다녀왔는데 신형 폐렴에 걸렸다”며 “이제는 분명히 사람 간 전파되는 현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신형 폐렴은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95% 이상이 우한 관련이란 점이다. 환자 대부분이 우한에 갔었거나 우한에서 왔었거나의 경우란 이야기다.

신종 폐렴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중국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폐렴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중국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두 번째는 사람 간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 사례가 있는데 광둥성과 우한에서 각각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중 원사는 밝혔다. 세 번째는 의료진 감염이다. 사람 간 전파와 의료진 감염은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그는 말했다.

우한시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새벽 의료진 16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중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15명, 의심 환자가 1명인데 1명은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두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사실상의 출입 봉쇄’에 가까운 권고를 했다. 중앙정부도 적극 나섰다.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가 20일 베이징에서 화상 대책 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을 선언하면서다. 쑨 부총리는 은폐 논란을 의식한듯 "정보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발표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와도 소통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인민일보 공식 위챗 계정에 따르면 국가건강위원회 소속 쩡광(曾光)은 인터뷰에서 "지금 우한에 안 가도 되는 분은 가지 않았으면 하고 우한에 계신 분 중에서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분들은 나오지 않으셨으면 한다"면서 "이는 정부 공식 견해는 아니며 우리 전문가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전문가의 입을 빌려 우한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 국가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준하는 법정 전염병 '을(乙)류'에 포함키로 하면서 예방·통지 조치는 최고 단계인 '갑(甲)류' 전염병에 준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갑류 전염병은 페스트·콜레라 등이며 국가가 강제 관리를 한다. 폐렴·에이즈 등은 을류 전염병으로 엄격 관리 대상이다. 관리수위가 갑류 전염병보다는 낮다.

앞서 사람 간 전파를 강조한 중난산 원사의 말은 중국 당국이 초기에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본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초기 대응 부실로 환자가 급증하고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에까지 신종 폐렴을 퍼뜨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신종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을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을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처음 출현한 건 지난달 30일이었는데 중국 당국은 불과 나흘 뒤인 1월 3일 “사람 간 분명한 전염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병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발표란 지적을 받는 것이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으로 밝혀진 건 그로부터 다시 나흘 뒤인 7일이었고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물러선 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 15일이 돼서였다.

이때는 이미 태국·일본 등 해외에서까지 환자가 발생하는 등 중국 전역으로 퍼진 거로 보인다. 민심 안정에만 신경 쓴 소극적인 대응의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적 차원의 대응도 미흡했다. 21일엔 필리핀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와 당국이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우한시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새벽 의료진 16명이 신종 폐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중국 우한시위생건강위 홈페이지 캡처]

중국 우한시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새벽 의료진 16명이 신종 폐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중국 우한시위생건강위 홈페이지 캡처]

신형 폐렴 환자가 베이징에서 확인된 뒤인 20일에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지시가 잇따라 떨어졌다. 최고 지도자의 명이 나온 뒤 비로소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신종 폐렴에 대응하기 위한 영도소조를 꾸린다고 밝혔다.

현재 신형 폐렴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열이 나고 기침, 특히 마른기침하며 몸에 힘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경증, 중증, 위중 세 단계로 환자를 나눠 치료하고 있다.

우한 폐렴 진행 상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한 폐렴 진행 상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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