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도 상한제? "시기 놓쳤다, 지금은 전셋값 급등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09:28

업데이트 2020.01.21 10:05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부동산 매매 시장이 관망세를 이어가는 사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 시장은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부동산 매매 시장이 관망세를 이어가는 사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 시장은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규제로 서울 집값 상승은 주춤한 반면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추가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본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지만 시행 시기를 놓쳤다”며 “요즘처럼  전셋값이 뛸 때 규제하면 초기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규제 연구한 임재만 교수 인터뷰
한국 고유의 ‘2년 전세’ 제도로 주거불안
하지만 핫마켓에서 규제하면 부작용 우려
베를린 ‘일시적 임대료 동결’은 검토해볼만
임대주택 재고 유지할 공급 대책 고민해야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주무부처인 법무부 연구 용역으로 관련 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전문가다. 지난해 9월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는.
상당수 세입자는 한국 고유의 ‘2년 전세’ 제도에 묶여 주거가 불안하다. 자녀 교육을 비롯해 직장·자금 등 사정에 따라 전세가 필요하지만, 집주인(임대인)의 요구로 이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 통계적으로 임차인의 평균 거주 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이 계약을 연장하길 원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보장해줘야 주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전·월세 상한제가 함께 거론되는 까닭은.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2+2년)으로 늘어나면 집주인은 4년 치를 당겨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어서다.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패키지’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전셋값은 학군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됐던 지난해 가을이 제도를 도입할 적기였다. 전셋값이 상승(핫마켓)할 때보다 떨어지는 이른바 ‘콜드마켓’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계약을 연장해두면 앞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전셋값을 붙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세입자만을 위한 제도라는 인식도 바꿀 기회였다.  
지난해 9월 24일 주거, 세입자단체 회원들이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24일 주거, 세입자단체 회원들이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계약갱신청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임 교수의 연구 용역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해 9월 이후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시 조국 전 장관 이슈가 워낙 커서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물론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전세 대책 마련 중이어서 올 상반기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핫마켓의 부작용은 뭔가.  
전셋값이 급등할 때 도입하면 (콜드마켓 대비) 전세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과거 1989년 임대차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도 그렇다. 그해 서울전셋값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23%로 뛰었다.  
실제 연구 결과는.  
계약갱신제도만 도입하면 연간 임대료 상승률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연간 임대료가 2% 오른 시장에서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경우 초기 임대료는 1.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임대료 상승률이 최대 11%까지 치솟아도 초기 임대료 상승률 부담은 1.65%로 계산됐다. 하지만 연간 5% 전월세 상한제까지 더해지면 초기 임대료 상승률은 1.67(임대료 상승률 2%)~8.32%(상승률 11%)로 오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보면 임대차 계약을 6년(3+3년)으로 늘리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이 최대 11%까지 급등했을 때는 초기 임대료는 21%까지 상승했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따른 초기 임대료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따른 초기 임대료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해외에서는.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선진국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적극 도입하지만 시행 여부는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결국 임대료 상승이 급등한 뉴욕ㆍ런던ㆍ베를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베를린이다. 독일은 세입자의 평균 거주 기간이 약 12.8년이다. 유럽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을 폈으나 베를린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폭등했다. 결국 베를린 시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임차료를 5년간 동결했다.  
최근 법무부가 베를린 임대료 규제에 관심이 큰 것 같은데.
현재 서울 주택시장만 놓고보면 베를린처럼 일시적인 임대료 동결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전셋값이 오른 후에야 (정부가 규제로) 수습하려다 보니 혼란이 커질 수 있어서다. 임대인의 불안 심리는 제도 도입 전에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뭔가.
제도를 설계할 때는 전체적인 주택시장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한국의 전셋값은 매매가격에 영향을 준다. 만약 임대료 규제로 전셋값은 안정됐는데 매매가격이 오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세-매매가격 간의 차이가 벌어지면 임대인은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할 요인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전세 공급 물량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임대료 규제나 임대기간 연장 외에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지 않나.   
시장에 충분한 임대주택 재고가 유지되도록 정책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임차인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적 임대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해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은 전세가 수준의 분양 등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본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