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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펀드, 지금 상각은 말 안돼…투자금 더 회수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투자했다는 자산은 그 실체가 있는 걸까.

이른바 '라임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의 답에 가장 근접한 이가 있다. 라임펀드의 채권 관리를 맡은 강진영(38)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2012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때 예금보험공사 의뢰로 부실저축은행 10곳의 채권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채권 관리 전문가다. MG신용정보 법무총괄 사내변호사, 서울보증보험 채권 관리 로펌 등을 거쳤다. 채권 관리·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케이앤오를 개업한 건 2015년이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플루토 FI D-1호(사모채권)'와 '테티스 2호(메자닌)' 등 라임펀드의 투자 자산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가장 낮은 하위 30% 채권의 관리를 맡고 있다. 그는 "개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이 채권들조차 명백한 실체가 있다"고 말한다. 금감원이 라임운용과 판매사들에 요구하고 있는 상각에 대해서도 그는 "법적 요건에 미달할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너무 이르다"고 판단한다. "지금 중요한 건 채권 관리로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를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강진영(38ㆍ오른쪽)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강진영(38ㆍ오른쪽)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라임펀드 하위 30% 채권도 실체 있어" 

라임자산운용의 어떤 펀드를 관리하나. 
플루토 펀드와 테티스 펀드의 기초자산(채권) 중, 라임운용의 운용역들이 채권 전문가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하위 30% 채권을 관리하고 있다. 채권 수로는 총 33건, 채권액 기준으로는 약 3800억원어치다.  
라임펀드 투자자산의 실체가 있냐는 의문이 있다. 
내가 맡은 건 라임 운용역들마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하위 30% 자산인데 이조차 실체가 명백히 있다. 채권 서류가 명백히 있고 펀드가 보유한 채권에 대한 권리도 살아있으며 채무자인 기업들과 그들의 사업도 다 존재한다. 지금도 채무자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펀드 투자자산의 실체가 있다는 사실은 (실사 중인) 삼일회계법인도 이미 다 확인했다.
채권관리란 뭔가. 
기본적으론 채권에 관련된 보장 서류들이 있다. 먼저 그 서류를 분석해 채권자인 펀드가 채무자인 투자기업들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권리관계를 분석한다. 이 권리관계에 기초해서 채무자에게 다양한 요구를 추가하면서 회수율을 높이는 일이 관리다.
강진영(38)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강진영(38)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채무자에겐 어떤 요구를 하나.
최근 진행한 업무를 예로 들겠다. 먼저 채무자를 찾아가 회사의 자산 리스트를 달라고 요구한다. 채무자로부터 이 자산리스트가 진실하다는 진술보장서를 또 받아낸다. 이후 채무자에게 확실한 변제 계획안을 요구한다. 계획안이 확실하지 않다면 자산리스트에 근거해 추가 담보 설정을 받아낸다. 해당 채무자가 다른 회사에 대해 보유한 대여금 채권에 근질권을 설정하는 식이다. 

"라임펀드 상각은 법적 요건에 안 맞아" 

금감원은 펀드의 상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채권들을 상각하면 어떻게 되나. 
먼저 상각의 법률적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 상각은 법률적으로 회계 장부상 이 자산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예 없는 자산이 돼버리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세법(제19조 제2의1항)은 매우 엄격한 기준 아래서만 상각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의 파산, 강제집행, 형의 집행, 사업의 폐기, 사망, 실종 또는 행방불명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다.
지금은 상각이 법적 요건에 미달한다는 얘긴가. 
그렇다. 채권의 법적 기준으로 볼 때 라임펀드 채권을 지금 상각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펀드는 여러 수익자들이 모인 집합체인 동시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상각 기준이 훨씬 더 보수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상각을 요구하면서 채무자가 오판할 여지가 생긴다. 어떤 채무자는 내게 "상각을 하면 없어지는 채권이 된다는데 난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더라. 채권자가 자산을 상각하더라도 채무자의 채무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해줬다. 통상적인 기업은 상각을 하고 나면 별도의 채권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
상각을 하려면 정확한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할 텐데. 
채권의 가치는 결국 이 채권이 얼마나 회수되는지에 달려있다. 라임펀드의 채권은 크게 사모사채와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나뉜다. 사모사채는 투자기업의 사업 성숙도, 메자닌은 채권의 주식가치에 따라 평가 가치가 시시각각 달라진다. 이를 특정 시점에서 확정해 상각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지금 라임펀드 채권 대부분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이다. 만기가 2023년인 채권도 있다. 만기도 안 온 채권을 어떻게 회수율을 판단하고, 현재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라임펀드 채권의 회수율은채권 추심을 끝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로서 의견이다.
강진영(38)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강진영(38) 케이앤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부실채권도 조기상환…회수율 예상 못해" 

지금 맡은 채권의 회수율은 어떻게 예상하나. 
현 시점에서는 예상이 불가능하다. 예를 하나 들겠다. 라임운용역들도 회수에 난항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 내게 관리를 의뢰한 채권 가운데 관리에 들어가자마자 조기상환해버린 채권이 있다. 채무자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 자기들이 받을 또 다른 채권이 있었는데 이게 갑자기 회수돼서 이 돈으로 조기상환을 하게 됐다고 하더라. 내가 그동안 1000건 넘는 채권에 대한 회수 업무를 진행했는데 이런 경우가 너무도 많다. 상황이 이런데 이걸 현 시점에서 판단하고 가치 평가한다는 게 말이 되나. 제가 장담한다. 대한민국에서 채권을 다루는 어떤 사람이 여기 와도 지금 채권 회수율이 얼만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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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취재 결과, 삼일회계법인은 라임펀드 채권을 A·B·C 등 등급별로 분류했는데 조기상환된 이 채권에 대해 최하등급인 C등급을 부여했다. 회계법인이 회수 가능성을 낮게 봤던 C등급 채권이 조기 상환된 셈이다.

채권의 회수율을 높이려면 뭘 해야 하나. 
관리다. 채무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이 있다. 그 사업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만 돼도 상당한 금액이 회수될 수 있다. 지금은 그 사업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사업의 성과가 펀드로 흘러들와 변제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담보권 설정 등)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행사인 한 채무자의 경우, 여러 오피스텔 사업장의 분양율이 채권 회수율에 아주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진행될 분양사업의 분양율을 지금 판단하는 게 가능하겠나. 중요한 건 관리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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