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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랩]향초가 미세먼지 유발?…의외의 순간 15배 치솟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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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초가 실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왕준열]

향초가 실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집에서 향초와 디퓨저를 많이 사용하고 집들이나 생일 선물로도 주기도 하는데 향초와 디퓨저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발생 되는지 알고 싶어요.” -김진*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먼지알지(https://mgrg.joins.com)’에 한 사용자가 향초나 방향제가 실내 공기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에 취재팀은 향초(불·워머)와 디퓨저, 스프레이형 방향제 등을 사용하면서 간이측정기를 통해 초미세먼지(PM2.5),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공기질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영상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불 끄는 순간 미세먼지 ‘매우나쁨’

가향제품별 초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가향제품별 초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실험은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 내 ‘클린룸(Clean Room)’에서 진행됐다. 특수 공기정화장치를 통해 미세먼지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3평(9.9㎡) 크기의 밀폐된 방이다.

취재팀은 먼저 생활용품점에서 3000원에 구매한 향초에 불을 붙이고 30분 동안 초미세먼지 농도의 변화를 지켜봤다.

실험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는 29분까지 ㎥당 0㎍(마이크로그램)에서 6㎍으로 상승했다.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좋음’(~15㎍/㎥)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실험이 끝나갈 무렵에 바람을 불어 불을 껐더니 초미세먼지 수치가 1분 만에 91㎍/㎥로 15배 이상 급격히 치솟았다. ‘매우 나쁨’(76㎍/㎥~)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캔들워머 썼더니 미세먼지 줄어 

캔들워머를 활용해 향초를 녹여 향을 내고 있다. [사진 왕준열]

캔들워머를 활용해 향초를 녹여 향을 내고 있다. [사진 왕준열]

같은 향초를 대상으로 이번에는 불 대신 캔들워머를 사용해 똑같은 실험을 했다. 캔들워머는 할로겐 전구의 열로 향초를 녹여 향을 내는 제품이다.

이번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0㎍/㎥에서 최고 4㎍/㎥까지 올랐다. 확실히 불을 사용했을 때보다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적었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은 “양초의 불을 끈 직후엔 불완전 연소한 양초 입자가 다량으로 방출되면서 미세먼지 수치가 급격히 높아진다”며 “워머를 통해 방향제를 서서히 가열하면 미세먼지의 발생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산화탄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천연원료를 주성분으로 하는 향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왕준열]

천연원료를 주성분으로 하는 향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왕준열]

천연원료인 소이왁스를 주성분으로 쓰는 향초는 어떨까. 소이왁스는 석유 부산물인 파라핀왁스로 만든 일반 향초와 달리 콩을 원료로 한다.

천연향초에 불을 붙였더니 15분 정도까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0㎍/㎥를 유지했다. 이후 농도가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최고 3㎍/㎥에서 멈췄다.

스프레이 방향제, 기준치 18배 VOCs 배출 

기자가 클린룸 안에서 스프레이형 방향제를 분사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ㅁ

기자가 클린룸 안에서 스프레이형 방향제를 분사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ㅁ

공기 중으로 분사하는 스프레이형 방향제의 경우 초미세먼지가 ‘나쁨’(36~75㎍/㎥) 수준인 37㎍/㎥까지 올랐다.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수치가 다른 제품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9269㎍/㎥까지 치솟았다.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인 500㎍/㎥를 18배 이상 초과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VOCs는 대기 중에서 쉽게 증발하는 유기 화합물로 호흡기 자극을 유발하고 미세먼지나 오존을 생성하는 주범으로도 꼽힌다.

디퓨저 12시간 썼더니…VOCs만 상승

디퓨저 사용에 따른 실내공기질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디퓨저 사용에 따른 실내공기질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디퓨저의 경우 장시간 집에 두고 사용하는 특성을 고려해 12시간 동안 사용하면서 실내공기질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는 0㎍/㎥에서 1㎍/㎥를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가향제품 미세먼지 실험에 사용된 디퓨저 제품. [사진 왕준열]

가향제품 미세먼지 실험에 사용된 디퓨저 제품. [사진 왕준열]

다만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VOCs는 시간이 갈수록 뚜렷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디퓨저를 사용한 지 두 시간 만에 100㎍/㎥를 넘었고 12시간 뒤에는 권고기준에 육박하는 382㎍/㎥까지 올랐다.

“밀폐된 곳에서 장시간 노출 피해야…틈틈이 환기”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방향제를 장시간 사용하는 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지현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창문을 닫고 향초나 방향제를 쓰면 호흡을 통한 흡입량이 많아서 노출도가 클 수밖에 없다”며 “향을 내기 위해 들어간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모든 향을 내는 제품은 기본적으로 미세먼지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천연성분으로 구성된 향수를 제외하고는 장시간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사용할 때에는 틈틈이 환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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