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이용호 해임, 김정은 불안심리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01:23

업데이트 2020.01.21 10:13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외교를 총괄하는 외무상이 이용호에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가 분석했다. 전략적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며 이는 북한 외교는 물론 한반도 상황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태 전 공사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용호 외무상 경질을 통해 본 김정은의 불안 심리’라는 글을 통해 “이번 인사는 구체적인 전략이나 치밀한 타산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지부진한 북미협상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니 혹시 사령탑이라도 바꾸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김정은의 기대감과 즉흥적인 결심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 소식이 알려진 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북·미 관계, 남북 관계의 대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적’ 인사 조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태 전 공사는 “북한의 그 어떤 국면 전환으로 보는 것과 같은 확대 해석은 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말 북한 외무성이 일련의 협박성 발언을 내놨던 것을 언급하며 “이것은 북한 외무성의 주도적인 아이디어에 따른 조치라기보다는 김정은의 신경질과 화풀이를 달래기 위한 ‘비위 맞추기 조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으로서는 촉박감에 쫓겨 외무성이 미국에 대고 할 수 있는 협박을 다 해보라고 했는데 막상 다 해도 미국이 변하지 않으니 ‘시어머니 역정에 개 옆구리 친다’는 북한 속담에 있듯 화풀이를 이용호에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질된 북한 이용호 외무상. [연합뉴스]

최근 경질된 북한 이용호 외무상.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또 “화가 풀리지 않은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당 전원회의를 열면서 이용호를 교체하기로 결심하고 당 정치국 위원과 외무상직에서 해임한 것 같다”며 “이번에 이선권이 본의 아니게 외무상으로 갔으나 그에게도 미국을 움직일 묘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1~2년 내에 신통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 그도 역시 경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이용호의 경질을 보면서 놀란 북한의 외교관들은 저마다 과잉충성을 보이려 할 것”이라며 “외교가 전문성에서 벗어나 과잉충성 경쟁으로 이어지면 행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8일 이 외무상의 교체 사실을 전하며 이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인민군 대좌(대령과 준장 사이 계급) 출신인 이선권은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를 하다 2010년대 조평통 위원장으로 옮겨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맡아 왔다. 그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에서 오찬 중 남한 경제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달 뒤엔 평양을 찾은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회의장에 5분가량 늦게 나타나자 “관념이 없으면 시계가 주인(조 장관)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단 말이야”라고도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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