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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수사 방해 인사 해놓고 “기강 바로 세우겠다” 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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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처리를 놓고 대검찰청 간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속상관에게 거칠게 항의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1·8 검찰 인사 이후 내연해 오던 검찰 내부 갈등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상갓집 추태’로 규정하고 “개탄스럽다”고 공개 경고하고 나섰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사태까지 와야 했느냐다.

“당신 검사냐” 사태 빚은 검찰 인사 #중간 간부까지 밀어붙여선 안 된다

상황을 요약해 보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검찰 간부의 상가에서 심재철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는 등 반말 섞인 말투로 항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동은 심 부장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핵심인 조 전 장관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심 부장이 연구관들에게 “조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윤석열 총장이 ‘조국 불구속기소’로 정리하긴 했으나 결국 검찰 내부의 의견 충돌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후배 검사가 남들이 보는 자리에서 직속상관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고 치받은 것을 두둔하기는 어렵다. 추 장관이 지적했듯 “부적절한 언행”을 했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민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찰의 잘못된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추 장관이 과연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는가다. 이 물음을 던지는 것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1·8 검찰 인사에 있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진을 전면 물갈이하는 인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 장본인이 추 장관이다.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참모와 일선 지검장들이 다 날아가고, 그 자리에 현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친문(親文) 검사’들이 포진했다. 그 결과 “청와대 의혹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렇게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 온 반부패·강력부장이 ‘조국 무혐의’ 의견을 내면서 분란이 현실화된 것 아닌가.

더욱이 조국 전 장관 공소장에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유재수 선처’를 부탁한 정황과 함께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그는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더 감찰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법원 영장판사까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힌 마당에 무혐의를 거론하는 건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법무부는 오늘 검찰 직제개편에 이어 곧 중간 간부 인사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검과 일선의 수사 실무 라인까지 흩어버리는 인사를 강행한다면 더는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도 불신하게 만드는 게 현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검찰 개혁’인가.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추 장관 입장문) 하려면 인사부터 합리적 선을 지켜야 한다. 납득할 수 없는 인사를 잔뜩 해 놓고 기강만 세우겠다는 건 국민을 바보로 아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