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공동 투자·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한국 정부에 약속했던 KF-X 사업 분담금 지급을 놓고 난색을 표명하면서 다른 나라와는 전투기·잠수함 등 대규모 무기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까지 방산 세일즈 외교로 움직이고 있는데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 대신 다른 마음을 품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방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당 1200억원 KF-X 공동투자 #1조7000억원 분담금 지급 미뤄 #대당 최소 1500억원 라팔에 눈독 #방산업계 “다른 마음 먹고 있나”

조코위
최근 프랑스 경제 전문매체 라트리뷴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의 지난 11일 파리 방문은 프랑스로부터의 무기 구매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계획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종 계약은 아직 맺어지지 않았다면서도 구체적인 수량을 언급했다. 인도네시아가 닷소의 라팔 전투기 48대, DCNS의 스코르펜급 잠수함 4척, 고윈드급(2500t급) 코르벳 초계함 2척에 대한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인도네시아가 재정 문제를 들어 KF-X 사업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KF-X 전체 개발비 8조5000억원 중 20%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초까지 2200억원만 내고 분담금 지급을 멈췄다고 한다. 위란토 당시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현지 매체를 통해 “인프라와 인력 개발에 예산 지출을 우선시하다 보니 분담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방산업계에선 인도네시아가 다른 나라에서 KF-X의 대안을 찾으려 하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 전투기에 입질을 하면서 KF-X의 분담금을 깎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라팔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최소 1500억원 이상이다. 라팔 48대 도입 계획이 사실이라면 7조원이 훌쩍 넘는 만큼 KF-X 사업을 예산 문제 때문에 못하겠다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방산업계에선 인도네시아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16V 전투기 약 32대 구매 계획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트리뷴은 또 인도네시아가 지난해 4월 대우조선해양과 맺은 10억 달러(약 1조1585억원) 규모의 장보고급 1400t 잠수함 3척의 건조 계약을 취소하고 프랑스산 잠수함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과 대우조선해양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던 정부 입장에선 이런 보도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와는 2011년 국정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를 침입했다가 들키며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할 뻔했다. 당시 대형 악재를 넘긴 후 현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신남방 정책의 주요국으로 대접하며 양국은 호의적 관계를 이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소중한 친구”라고 칭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양국 정상회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도 원만히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국내적으로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고위급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KF-X 사업 지속 추진 의사를 피력한 만큼 분담금 납부 등을 놓고 꾸준히 협의를 이어나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