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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개별관광 윤곽 드러낸 정부···제3국 통한 패키지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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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구상 중인 한국 국민의 대북 개별관광 방식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지역 방문 ▶한국민의 제3국을 통한 북한 지역 방문 ▶외국인의 남북 연계 관광을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국자 “북과 개별관광 협의 검토…유엔ㆍ美제재와 무관” #세컨더리 보이콧, 신변안전 보장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대북 개별관광은) 기존 협력사업체를 통한 단체관광 방식이 아니라 비영리단체 또는 제3국 여행사 등을 통해서 개별적으로 북측의 초청 의사를 확인한 후 승인을 받아 방북하는 방식”이라며 “우리 국민이 제3국 여행사를 이용해 평양, 양덕, 원산ㆍ갈마, 삼지연 등 북한 지역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중국과 영국 등지의 현지 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집해 패키지여행 방식으로 북한 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국민이 개별적으로 이들 여행사에 신청하거나 한국인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다.

17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 조치의 하나로 북한 당국이 발행한 비자만 있어도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 조치의 하나로 북한 당국이 발행한 비자만 있어도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될 때까지 현대아산이 관광객을 모집해 금강산과 개성관광 지역 관광을 진행했다. 평양, 백두산, 원산 등에 대한 개별 관광에 대해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허용하지 않았다. 언론이나 사업자들이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의 초청장을 받은 경우에만 허용했다.

이번에 정부 방침이 바뀌었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발행하는 비자로 신변 안전과 편의 보장의 내용이 담긴 초청장을 대신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비자는 북한 당국이 발급하는 입국보증서다. 교류협력법상 북측의 초청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다만 우리측 관광객의 신변 안전 보장을 확인하기위해 북측과의 합의서ㆍ계약서ㆍ특약 등이 체결된 경우만 방북 승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북측이 남북관계의 문을 닫고 있어서 제2의 박왕자 씨 사건을 막기 위한 협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찾아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북측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는 구석이다.

북측이 신변 안전 문제 협의에 응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유엔 및 미국 독자 제재 위반 가능성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재 위반을 촉발할 수 있는 부분은 한·미 워킹그룹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여행객이 북한에서 사용하는 비용에 대해 “숙박비ㆍ식비 등은 현지 실비지급 성격으로 대북 제재가 제한하는 대량 현금(벌크 캐시)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재 문제는 이렇게 단정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 북한 여행 시 몸만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보험도 필요하고 짐꾸러미 안에 카메라, 노트북 등 각종 물품을 가지고 가야 한다. 이런 반입 물품이 제재 위반 물품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유엔 안보리 2397호는 모든 기계류를 북한에 공급·이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디지털카메라ㆍ반도체ㆍ배터리 등 첨단 장비가 여기 해당한다. 이런 물품들이 북한에 흘러 들어갔을 때 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 국가 시민들이 북한 개별관광을 하고 있다”며 “별도의 엄격한 기준을 우리 개별 관광에 들이댈 필요도 없고, 들이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기본적으로 미국은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내리는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여행 방식에 따라 단체 관광으로 버스를 대절하거나 해상 크루즈선으로 여행객을 실어 나르려면 차량·선박은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해상 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우려해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 보험 가입이 안 되면 선주들은 배를 띄우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대북 쌀 지원을 검토할 때도 정부는 비슷한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북한 방문 때도 제재를 우려한 국내 항공사나 해운사들이 운항을 꺼려 공군기가 오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관광이 이뤄질 경우 관광객들의 여행자 보험(남북한 주민 왕래 보험) 가입을 권고하겠다는 입장인데 보험회사들이 나설지도 의문이다.

미국 비자 발급 문제도 관광객 입장에선 불편한 사안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을 경우 무비자(ESTA)로 미국을 방문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이 미국을 방문하려면 비자 면제프로그램을 적용받을 수 없어 인터뷰를 거쳐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정용수ㆍ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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