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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절엔 한과 보냈는데"···한국당 '조계종 육포' 사건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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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과 심재철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제자문단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과 심재철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제자문단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 17일 황교안 대표 명의 설 선물로 조계종에 ‘육포’를 보냈다가 회수하는 소동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계종은 스님의 육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런 조계종에 말린 고기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당은 20일 ‘육포 배송 사건’을 해명하느라 온종일 진땀을 뺐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명연 의원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을 직접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의원은 “저희가 큰 잘못을 했다며 싹싹 빌었다”며 “총무원 간부들이 추가로 더 질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뭐 바쁜데 이렇게 또 왔느냐며 걱정해주는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한국당 대표 비서실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불교계에는 한과를 보내려 했는데 배송업체 측과의 소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육포가 잘못 배송됐다”는 설명이다.

한국당에 따르면 당 대표 비서실은 이번 설에 사회 각 인사와 전국 당협위원장 등 수백여명에게 보내는 명절 선물을 ‘한우 육포’로 정했다. ‘한우 우둔(엉덩이 안쪽 살)’으로 만든 80g짜리 육포 6개가 포장된 480g 중량의 상품으로 소매가는 약 10만원 안팎이다. 비서실은 육식할 수 없는 불교계를 감안해 절에 보낼 선물은 한과를 보내기로 하고 황 대표에게도 보고를 마쳤다고 한다.

사고는 지난 17일 설 선물 배송과정에서 터졌다. 당 대표 비서실은 발송 리스트를 통해 일부 불교계에 육포가 배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태고종ㆍ천태종 등 다른 불교계에도 일부 육포가 오배송돼 곧바로 회수했다. 조계종엔 (배송) 당일에 곧바로 직원을 보내 회수했다”는 게 한국당 설명이다. 조계종과 달리 다른 종단에서는 ‘육포 논란’이 불거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아마 포장을 뜯기 전에 회수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한국당은 추정했다.

육포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 [중앙포토]

육포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 [중앙포토]

한국당 대표실은 매년 명절 때마다 각계에 선물을 보낸다. 지난 추석 때는 간장 등 양념장을 보냈다고 한다. 간장 같은 경우는 특정 집단을 따로 배려할 필요가 없어 선물을 통일했다. 이 때문에 굳이 육포를 설 선물로 고른 이유가 의문점으로 남는다. 한국당 주장대로 육포-한과로 선물을 나누는 것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오배송의 확률도 생길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육포 선물을 고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만 답했다.

황교안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점이 이번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진단도 나온다. 의도성은 없겠지만, 그만큼 타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에서도 불교식 합장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황 대표는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황 대표는 20일 중앙일보에 “제가 크리스찬이니 덜 신경 쓴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더 주의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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