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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찬물 욕조에 9세 장애 아들을…경찰, '살인죄' 적용

중앙일보

입력

[뉴스1]

[뉴스1]

장애를 앓는 의붓아들을 한겨울 베란다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계모가 살인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살인,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A씨(31·여)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9)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약 1시간 속옷만 입고 앉아있도록 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B군이 떠들고 돌아다니는 등 저녁 식사 준비를 방해하자 벌을 주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여주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6도였다. 사건 발생 당시 B군의 친아버지 C씨는 집에 없었다.

"잘 키워보겠다"며 데려가 또 학대 

언어장애가 있는 B군은 2016년 2월과 5월에도 A씨에게 학대당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격리 조처됐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8년 2월 “학교에 갈 나이가 됐으니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에게 인계됐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B군은 결국 또 학대당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애초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했다. 그러나 법리검토를 거쳐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보고 혐의를 변경했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부작위 살인죄는 일반 살인죄와 같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2016년 경기도 평택시에서 ‘락스세례·찬물학대’ 끝에 7세 신원영군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이른바 ‘원영이 사건’과 관련, 법원은 계모와 친부에게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A씨에게서 “지난해 3∼4차례 아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손찌검을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해 A씨 진술이 사실이라고 판단,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법원에서 A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바뀔 수 있지만, A씨가 피해자 어머니로서 마땅히 해야 할 아동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만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A씨에게 살인의 직접적인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가 학대 행위를 중단하고 적극적인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아 B군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의 1차 소견 결과 B군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부검결과는 2주 이후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가정복귀 학대피해 아동 680명 안전 직접 확인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동과 함께하는 아동학대 예방의날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각종 아동학대 유형이 그려진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동과 함께하는 아동학대 예방의날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각종 아동학대 유형이 그려진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한편 정부는 이 사건 등으로 학대당해 부모와 격리됐다가 가정으로 돌아가 또 학대받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B군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재학대 피해 아동의 안전을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최근 3년간 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가정으로 복귀한 학대 피해 아동 3139명 가운데 학대 행위자에게 보호처분·형사처벌 등 사법판단이 있었던 680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점검에 나섰다. 다음 달 7일까지 전국 67개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가정 복귀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보호자와 아동을 대면하고, 아동의 안전과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할 계획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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