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도수치료 많이 받으면 실손보험료 더 내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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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등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많이 이용하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방향으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손ㆍ자동차보험 손해율, 보험사기, 사업비 경쟁 등은 낮추고 신시장 개척, 신기술 활용, 소비자 신뢰 등은 올리겠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손ㆍ자동차보험 손해율, 보험사기, 사업비 경쟁 등은 낮추고 신시장 개척, 신기술 활용, 소비자 신뢰 등은 올리겠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국과 실손보험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진료 문제를 제어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금년 중 추진하기로 약속을 했고 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 업계는 올해 중 제도 개편을 마친 후, 이르면 내년 초 할인·할증 제도가 도입된 새 실손보험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월까지 할인·할증 기준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마치기로 했다. 할인·할증 기준은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큰 비급여 의료 이용을 중심으로 마련된다. 손보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도수치료와 영양제 주사 등 비급여 항목을 들어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할인·할증 제도는 기존 실손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보험업계는 할인·할증 제도가 도입된 실손 보험이 출시되면, 구 실손(2009년 10월 이전 판매)과 표준화 실손(2017년 4월 이전 판매) 가입자의 갈아타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도 보험업계는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워 신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의 가입자가 90% 가량이다. 보험료를 더 부담하더라도 도수치료 등 비급여항목에 대한 보장을 받는 기존 실손 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할인·할증 제도가 도입되면 구실손·표준화 실손과 신 실손보험의 보험료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전망이다. 현재도 신 실손은 직전 2년 간 보험료 청구가 없으면 보험료를 10% 인하해주는 할인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할증 제도까지 도입되면 병원 이용이 적은 소비자들에 대한 할인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측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 이용이 적은 고객들이 신실손으로 갈아타게 되면, 구실손 보험에는 비급여 이용이 많은 가입자들이 많이 남게 돼 보험료 인상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10%씩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2019년 매달 3만8237원을 내던 40세 가입자는 60세 때 25만7239원, 70세 때 66만7213원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자동차보험의 경우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사고부담금 상향을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는 음주사고를 내더라도 400만원만 내면, 나머지 피해보상금은 보험사가 부담하고 있다.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에 대한 기준 마련도 추진된다.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8년 7139억원에서, 2019년 9548억원으로 33% 늘어났다.

이밖에 손보협회는 ▶인슈어테크 활성화 ▶여가보험, 반려동물(펫)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 시장 개척 ▶소방관 보험, 사회적 재난 보험 등 공공부문 안전망 역할 강화 ▶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 드론 등 스마트 이동수단에 대비한 상품 개발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활용 등이 대표적 사례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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