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중국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중국 담수어 중 가장 큰 장강흰철갑상어가 멸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무게 만 근에 길이는 7~8m까지 자라며 헤엄치는 속도가 빨라 ‘물속 호랑이’란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치어 싹쓸이와 폐수 300억톤 유입 #424종 어류 중 79종 생존 위협 받자 #올해부터 10년간 금어(禁漁) 돌입해
길이 6300k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장강은 중국의 11개 성시를 지난다. 수자원 총량은 9616억㎥로 황하의 20배다. 430여 종의 수생 생물이 살며 어류는 424종인데 170여 종이 장강 특유의 어종이다. 한데 현재 79종의 어류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장강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장시(江西)성 북부의 포양(鄱陽)호는 중국 최대의 담수호로 장강과 이어진다. 어민 잔싱왕(詹興旺)에 따르면 1960~70년대 50m 그물을 던지면 400~500근을 잡는 적도 있었다.
한데 지금은 겨우 4~5근 정도다. 수확이 100분의 1로 줄었다.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장강 어민의 전성기는 80년대. 개혁개방 바람이 불며 어민의 도구와 어선이 발전했다. 한 달에 3000~4000위안을 거뜬히 벌었다. ‘황금 10년’으로 불렸다.
그러나 90년대 초 개발 붐이 일어나며 좋은 세월은 지났다. 남획과 환경 파괴 두 가지가 장강을 위협했다. 저명한 어류생물학자이자 중국과학원 원사인 차오원쉬안(曹文宣)은 두 가지 방법의 고기잡이를 질타했다. 먼저 전기 사용이다.
80년대부터 등장한 이 방법으로 크고 작은 물고기가 모두 감전돼 싹쓸이를 당했다. 두 번째는 ‘미혼진(迷魂陣)’으로 불리는데 어망의 눈이 아주 작아 2cm가 안 된다. 치어까지 일망타진하는 고기잡이다.
후난(湖南)성 관할의 둥팅(洞庭)호에선 하루 3000여 개의 미혼진이 펼쳐져 10만 5000kg의 어획고를 올리는데 이중 치어가 무려 6만4500kg으로 절반을 넘는다.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위협은 중국의 개발 붐에 따른 장강 유역의 생태계 파괴다. 장강에 가면 곳곳에 보이는 게 크고 작은 발전소다. 대형 발전소 127개를 비롯해 장강 유역의 수력댐만 5만 2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댐 건설로 장강과 연결되는 333개의 강이 일정 정도 흐름이 끊겼다. 발전소 건설은 어류가 산란하러 오는 회귀의 길을 막기도 한다. 또 장강의 수온을 변화시켜 어류 산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염 하수도 장강을 병들게 하고 있다. 2017년 장강 유역의 공업폐수 유입량은 연 300억톤을 넘었다. 런원우이(任文偉) 세계자연기금(WWF) 중국담수프로젝트 주임은 “수질 오염이 수생 생물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여기에 기후변화까지 겹쳐 어류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그 결과 장강의 명물 돌고래 상괭이도 2006년 1800마리에서 2012년엔 1040마리로 급감했다. 상괭이 개체 감소 속도가 6.5%에서 2012년 13.7%로 치솟았다. 이 속도론 15년 안에 상괭이도 사라질 전망이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하자 중국 당국도 2002년부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시범적으로 물고기 산란 계절인 봄에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금어(禁漁) 실시에 나선 것이다. 처음엔 4월 1일 시작해 6월 말까지 3개월간 시행했다.
그러자 어민이 금어 기간에 돌입하기 전인 3월에 한 마리의 물고기라도 더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알을 밴 물고기가 대거 잡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2016년부터는 금어기를 앞당겨 3월부터 넉 달간 지속했다.
그럼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민 단속이 어려운 것이다. 어민과 단속반원이 한동네 사람으로 서로 아는 처지인 데다 한밤중 고기잡이에 나서는 어민을 잡으러 다니기엔 단속반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이다.
마침내 특단의 대책이 나왔다. 2019년 초 결정된 사항으로 2020년 새해부터 10년간 장강 유역의 중점 수역에서 10년 동안 고기잡이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2018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장강이 가장 나쁜 무어(無魚) 등급에 도달했다”고 지적하면서다.
‘장강 금어 10년’ 주장은 2006년 차오원쉬안이 가장 먼저 외쳤다. 장강의 경제성 있는 4대 어류는 청어, 초어, 연어, 대두어인데 이들이 성숙하는데 3~4년 걸리니 10년 금어하면 2~3세대 걸쳐 번식이 이뤄져 수산자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장강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고기잡이와 선박운행, 오염, 수리공정 건설 등이 모두 국가나 지방경제 발전과 연계돼 쉽게 결정되지 못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최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장강 금어 10년’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적지 않다. 11만 3000척의 어선을 부리며 장강에 기대어 사는 어민 27만 8000여 명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어선 한 척에 보상금 2만 위안’ ‘가구당 생활비 보상 1만5000위안’ 등 각종 방안이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에서 사는 어민을 뭍으로 안착시키지 않으면 불법 어로가 또다시 활개를 칠 것이다. 이 경우 전례 없는 실험에 나선 ‘장강 금어 10년’ 정책은 실패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구나 상상하기 싫은 ‘장강의 사망’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