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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의 직격인터뷰

김형오 "사형수 심정...TK에 눈물의 칼 휘두르는게 내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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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신용호의 직격인터뷰] 한국당 공천 전권 쥔 김형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18일 총선 공천 물갈이와 관련 ’‘내가 죽음으로 당이 산다. 자유민주주의가 산다. 대한민국이 산다’ 이런 생각을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18일 총선 공천 물갈이와 관련 ’‘내가 죽음으로 당이 산다. 자유민주주의가 산다. 대한민국이 산다’ 이런 생각을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경북(TK)의 총선 물갈이와 관련, “의원들은 억울하겠지만 한국당이 추락하지 않으려면 TK 지역을 가장 혁신적으로 우선적으로 하라, 그게 제일 일반적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하지만 하는 수 없이 눈물의 칼을 휘둘러야 하는 게 내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TK에선 19일 처음으로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청년·여성·신인들이 체감하도록 (경선의) 문턱을 확 낮추겠다”고 말했다. 5선의 국회의장 출신으로 지난 16일 위원장에 임명된 후 그는 연일 ‘공천 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공천에 관한 전권도 위임받았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TK 물갈이 가장 혁신적으로 해야 #청년·여성 위해 문턱 확 낮출 것 #황교안 종로행은 결정할 단계 아냐 #홍준표, 전 대표 걸맞는 처신해줘야

요즘 심경은.
“처음엔 마음이 정말 무거웠다. 지인에게 ‘사형대에 가는 사형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필마단기로 엄청난 적진에 뛰어드는 심정이다. 날 위로해다오’ 이랬다. 근데 딱 수락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이왕 마셔야 할 독배라면 기꺼이, 내 모든 걸 투입해서 하자, 일종의 사명감, 소명이다. 지금은 시간도 없다. 처절하고 절박하다.”
당의 현재 모습으로 총선에서 이기겠나.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나는 변했습니다’라고 떠들어봐야 국민이 믿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선거에 이기려면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정책 즉 정당의 국민을 향한 목소리가 바뀌어야 하고 또 하나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책은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증자가 한 말인데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국민에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그 임무가 나한테 주어졌다. 최대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한국당은 어떤 각오여야 하나.
“우리 당이 부족하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개인적으론 가까운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이 한국당이라면 등을 돌린다. 정부의 실정이 그렇게 많은데도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것은 한국당 탓이다. 의원들 책임이 굉장히 중대하다. 참 안타깝지만, 책임을 지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여러 가지로 참 억울할 거다. 넓은 마음으로 각오와 결심을 단단히 해주기 바란다. ‘내가 죽음으로 당이 산다. 자유민주주의가 산다. 대한민국이 산다’ 이런 생각을 해주면 고맙겠다.”
제시한 한국형 국민경선제는 어떻게 하자는 건가.
“사실 선거 때만 되면 ‘오픈 프라이머리하자, 국민경선하자’고 한다. 근데 국민 경선, 오픈 프라이머리는 미국의 경우 현역 의원 당선율이 90% 이상이다. 우스갯소리로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그거 도입하자는데 이건 현역 의원한테 최고 좋은 제도다. 그래서 내가 ‘한국형’을 붙인 거다. 미국과는 다르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 목표는 청년·여성·신인들이 과감하게 한국당 후보가 되겠다 등록하고, 정치 생명을 걸 수 있도록 확 개방하는 거다. 진입 장벽이 높은데 ‘들어와라’ 하면 들어오겠나. 확 낮춰야 한다. 현재 장벽은 이런 거다. ‘50% 가산점을 준다고 하면 엄청나다’고 하는데 그게 자기가 받은 득표의 50%다. 무명의 청년이 표를 얼마나 받는다고 거기서 가산점 받아봐야 턱도 없다. 방식을 바꿔야 한다. 청년·여성·신인들이 체감하도록 문턱을 확 낮추겠다.”
컷오프 비율을 33%로 발표했고, 최대 50% 물갈이 공천이 목표라고 했는데.
“컷오프 비율을 더 늘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컷오프 한다는 말만 나오면 가슴이 아프지만, 더 늘려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다.”
컷오프의 기준은 뭔가.
“나는 선수·연령·지역·계파 이런 거 안 본다. 한국당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정당인데, 그 책임자가 국회의원 아니냐. 의원이 제 역할을 잘했느냐가 관건이다. 국회에서 역할을 잘했느냐가 첫째고 지역구는 그다음이다. 야당 의원의 역할은 두 가지다. 싸울 때 싸우고, 일할 때 일하는 거다. 이런 걸 최대한 참작하려고 한다.”
싸운다는 건 뭔가.
“상임위원회에서 정책 대결을 제대로 했느냐는 거다. 상임위에서 제대로 정책에 대해 논쟁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 또 하나 조국 사태를 거치며 사회 지도층들의 위선적 모습을 봤다. 국민들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만들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한다. 위선적 행위는 추호도 용납치 않을 것이다. 그런 행위가 있으면 바로 관두게 하는 공개서약을 받을까 한다.”
공개 서약이라면.
“입시 부정이나 부동산·펀드 투기라든지, 탈세·탈루 그리고 폭행 등 비인격적 행동 등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공천도 안 할 거고 당선돼도 적발되면 그만둔다는 서약을 받는 거다. 한국당부터 실행하겠다.”
대구·경북(TK)의 불출마 선언이 지지부진한데.
“TK 지역 불출마가 적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사랑하지만 하는 수 없이 눈물의 칼을 휘둘러야 하는 이게 내 운명이다. 김형오는 김형오대로, 그런 분은 그런 분대로 왜 그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악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TK 물갈이는 어느 정도로.
“단정은 못 한다. 하지만 한국당이 추락하지 않으려면 TK 지역을 가장 혁신적으로 우선적으로 하라, 그게 제일 일반적인 요구다. 공관위원장 되기 훨씬 전부터 들어왔던 요구다. 위원장 된 직후에도 얼마나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지,  특히 TK 지역 사람들이 제일 많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참 억울하겠지만, 인간적으로 괴로운 것 때문에 주저하지 않겠다.”
보수통합에 대한 전망은.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정치적 현실의 문제인데,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않고서 현재의 모습대로라면 표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보수당의 유승민 의원은 당대당 통합을, 안철수 전 의원은 독자 노선에 힘을 싣고 있는데.
“참 어렵다. 지금 박형준 위원장의 혁신통합추진위에서 잘 협의해주기를 바라고, 나는 뒤에서 돕겠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다 만날 생각이다.” 
유승민 의원의 서울 출마와 황교안 대표의 종로 승리를 언급했던데.
“유 의원은 대선 후보까지 나온 사람인데, 서울에서 정치적인 입지를 잘 다져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대통령 후보까지 나온 사람이 대구에 가면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정치 생명 끝나는 거다. 황 대표의 종로 승리는 그쪽에 있는 우리당 아닌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다. 종로가 정치 1번지이기 때문에 구민들이 프라이드가 있다. 여론조사만 가지고는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오래 정치를 했던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비중 있게 들렸다.”
그럼 황 대표는 종로로 가는 건가.
“아직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짜봐야 한다.”
홍준표 전 대표의 고향 출마는.
“당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처신을 해야 된다고 본다. 김병준 전 위원장 등 다른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당에 있는 사람들 중 탄핵에 책임없는 사람은 없다. 의원들 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확고한 개헌론자였는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너무 심하고 삼권분립도 무너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보복도 너무 심하다. 대통령은 임기 끝나면 감옥에 간다. 그래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여권은 개헌을 이상한 방향으로 하려 한다. 대통령 권한은 그대로 두고 민주적 통제란 이름으로 자본주의 원칙을 흔들려 한다. 그건 막아야 한다. 내가 주장하는 개헌과 여권의 개헌은 다르다. 대통령 권한을 줄여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최소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표를 더 주신다면 개헌을 적극 추진할 거다.” 

신용호 논설위원

※인터뷰에는 윤서아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