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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목구멍” 이선권 외무상 발탁설…김정은, 대미강공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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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동료 황순희의 빈소가 차려진 평양시 서장회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동료 황순희의 빈소가 차려진 평양시 서장회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이용호 외무상 후임에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조평통)을 기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북한이 지난 연말 이용호 외무상을 해임하고 후임에 군 출신으로 대남 업무를 맡아 왔던 이선권을 앉혔다는 다양한 정보가 있다”며 “관련 정보에 주목하고 있으며 사실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이용호 후임으로 기용 정보” #외무성 중심 대미라인 성과 없자 #김영철 대남라인 전면 부상 분석 #노광철 인민무력상도 교체설

북한이 통상 여름에 개최했던 해외 공관장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자리에서 이선권의 교체 사실이 확인될 수 있다.

인민군 대좌(대령과 준장 사이 계급) 출신인 이선권은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를 하다 2010년대 조평통 위원장으로 옮겨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맡아 왔다. 그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에서 오찬 중 남한 경제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달 뒤엔 평양을 찾은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회의장에 5분가량 늦게 나타나자 “관념이 없으면 시계가 주인(조 장관)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단 말이야”라고도 했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사람’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김 부위원장이 책임지고 자숙하는 동안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김영철 건재설’이 나왔고 이선권은 지난해 연말 나흘간 진행된 전원회의(7기 5차) 회의장에서 포착됐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의 참석자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 얼굴이 등장해 복권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에서 이선권은 맨 뒷줄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뒤에서 셋째 줄에 서 있었다.

북한 외무상 발탁설 이선권 말말말

북한 외무상 발탁설 이선권 말말말

대남관계를 제외하고 외교 분야 경력이 알려진 바 없는 이선권의 외무상 기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의 대외정책 특히, 대미 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임 이용호 외무상이 미국통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향후 대미 협상에 부정적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이선권이 외무상에 기용됐다면 군부 출신 특유의 강경노선을 외교에 반영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그동안 외무성 중심으로 대미 라인을 재편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번에 대남 라인인 이선권으로 외무상을 교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대미 외교에서 김영철계로 분류되는 대남 라인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정부 일각에선 북한 외무성 내에 대사 출신인 동명이인 이선권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어 그가 외무상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북한은 17일 사망한 빨치산 1세대 황순희 혁명역사박물관장의 국가장의위원 명단을 18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당·정·군 간부 70명의 이름이 올랐는데 그동안 해임설이 돌던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이름이 빠졌다. 대신 김정관 인민무력성 부상의 이름이 거명돼 인민무력상 교체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 부위원장 중 장의 명단에서 빠진 인사는 박광호, 이수용, 김평해, 태종수, 안정수 등 5명으로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현직에서 물러났음을 보여준다. 12명의 당 부위원장 중 거의 절반이 교체된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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