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리스 발언 팃포탯 중요치 않아…양국 협력 집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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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대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훌륭한 대사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답했다.

국무부 대변인 “그는 훌륭한 대사” #여권·청와대 해리스 대사 비판에 #미 정부 차원의 입장 묻자 답변 #방위비 관련해선 “한국 위해 피 흘려”

해리 해리스(左), 모건 오테이거스(右)

해리 해리스(左), 모건 오테이거스(右)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북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에서 ‘미국과의 협의’를 공개 요구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미국 정부 차원의 입장임을 보여준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해리스 대사는 개별관광 등을 놓고 미국과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해리스 대사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주권’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정부 입장은.
“먼저 대북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가장 포괄적인 제재 가운데 일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안보리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서 통과시켰다. 따라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이러한 제재를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북 제재의 효과를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개별관광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
“물론이다. 적절한 지적이다.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진전시키고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진전시키는 게 우리의 진정한 목표다. 우리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목표를 진전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 친구와 동맹들은 미국을 도와주길 바란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봐도 되나.
“해리스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다. 우리는 그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훌륭한 대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발언에 중점을 두기보다 미국과 한국 간 광범위한 관계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놓고 맞대응하는 ‘팃 포 탯(tit-for-tat)’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 대목에서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공동 기고문을 불쑥 꺼냈다. 두 장관이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쓴 글이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놓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더 중요한 문제를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이 글의 일독을 권했다.

(한국) 일각에서는 미국이 거액을 요구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걱정스럽지 않나.
“한국인들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자유와 선택권을 반드시 누릴 수 있도록 미국인들이 싸우고 죽고 목숨을 잃고 피를 흘렸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샌프란시스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호르무즈해협에서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적인 주권을 중시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내리게 될 결정과 숙고 과정을 존중한다. 그 결정이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길 희망한다.”
아직은 한국 정부에 실망하지 않았다는 건가.
“아직은 아니다.(웃음)”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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