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 상가 임대료 설정권 달라" 권한과 돈, 더 달라는 서울시

중앙일보

입력 2020.01.19 16:49

업데이트 2020.01.19 17:20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전·월세 상한제 도입하고, 상가임대차 증액 한도 설정권을 달라."
다름 아닌 서울시의 요구 내용이다. 참여정부 시절 추진하던 중앙정부의 힘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지방이양 일괄법'이 최근 통과됐다. 16년 만의 일이다. 400개에 달하는 국가 사무가 지방으로 넘어오게 되었지만, 서울시는 권한과 재원을 더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권한 지방으로 보내는 '지방이양 일괄법'통과
서울시, 단순 사무보다 '권한' 달라
전월세상한제 도입하고 서울시가 관리감독할 것
지방 간 '부익부 빈익빈' 격차날 것, 우려도

19일 서울시의 자치분권 종합계획(2020~2022년)에 따르면 서울시는 3년간 중앙에 120개의 권한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기준도 세웠다. '감염병 확진권'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항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고, 지역 특성 반영하는 정책,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화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단순한 사무'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포함한 큰 단위 기능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염병 확진권은 과거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인해 지방에 확진권이 없어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차원에서 언급된 것으로 서울시민 생활에 밀접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세지는 서울, 전·월세상한제 등 '달라'는 권한 39개 들여다보니

서울시가 국가에 넘겨달라고 요구한 권한 가운데 이번 지방이양일괄법에 반영된 것은 단 2개다. 건축사 및 건축사 사무소 관리 기능과 성범죄자 취업 제한에 관한 것이다. 사무 기준으로는 21개 권한이 서울시로 넘어왔다.

서울시가 국가에 넘겨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못한 39개 업무를 들여다봤다. 서울시는 제2차 지방이양 일괄법에 미반영된 서울시 안을 넣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관련 권한이다. 법무부 소관인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지역 맞춤형 전·월세 정책 수립 권한을 달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한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실제 임대료나 집값 상승문제는 서울이나 지방 정부가 빠삭하게 잘 알고 있다"며 전세는 최소 거주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정책을 중앙 정부에 맡기지 않고 지방 정부가 나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상가 임대차 증액 한도 설정권(법무부)도 달라고 했다. 지역 실정에 맞도록 조례로 가게 임대료 증액 한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또 근로 감독과 임금 체불 등에 대한 관리와 감독 권한(고용노동부)과 가맹사업거래 불공정 거래 분쟁조정(공정거래위원회),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재지정과 평가 권한(농림축산식품부)과 남녀 고용 평등 지원(고용노동부) 권한도 요구한다. 경찰청이 갖고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과 횡단보도 설치와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와 같은 도로교통법상 기능도 넘겨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오염 배출 규제(환경부)와 석면 해체, 제거 작업장 신고(고용노동부), 응급의료센터 지정(보건복지부)과 아동정책 시행계획(보건복지부)도 서울시가 하겠다는 것이다. 지방 공기업 설치와 운영(행정안전부)과 119 구조구급대원 교육 훈련(소방청)까지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달라는‘국가’업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시가 달라는‘국가’업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시 예산 39조원인데, "돈 더 달라"

권한과 예산은 함께 움직인다. 서울시는 이번 국가 사무 지방이양으로 예측되는 부담은 40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국가가 보조율을 지자체별로 달리 두고 있는 '차별' 때문에 1조7000억원(2019년 기준)가량의 돈을 추가 부담하고 있어 서울시의 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사업 추가 부담금이 1조6388억원으로 앞으로 복지 수요가 늘면 시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국가에 3가지 분야의 지원금을 추가로 요구하기로 했다. 먼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국가재난'인 만큼 수도권에 집중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수당이나 의료급여,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료와 같은 '기초복지'는 국가의 정책에 따라 하는 보편적 복지사업으로 국가가 재정부담을 100%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철의 무임수송 손실을 100%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 인허가나 집행, 단순 사무가 아니라 큰 틀에서 권한 이양을 해달라는 것"으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을 통해 지방의 재정이 확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방으로 '분권' 좋지만…우려의 목소리도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한다. 마 교수는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데, 서울이 앞장서 많은 권한과 돈을 달라고 하게 되면 앞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지원 중인 신혼부부 전세자금 지원 대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서울시는 예산이 39조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힘이 있으니 가능하지만, 돈이 없는 지자체는 이런 지원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로 인구가 계속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 전반의 균형이 안 맞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 분권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며 오히려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서울시가 예로 든 감염병 확진권에 대해 "메르스나 중국 우한 폐렴 등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중앙 정부가 전체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는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처럼 중앙정부가 관리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해 책임을 갖고 재정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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