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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총독" 당·정·청이 때린 해리스···美국무부 "훌륭한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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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한별 JTBC 촬영기자]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한별 JTBC 촬영기자]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오늘날 누리는 자유와 선택권을 누릴 수 있도록 피를 흘리고, 싸우고, 목숨을 잃었다"며 "우리는 한국인들을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 인터뷰 #'방위비 50억 달러' 반미 여론 증가 입장 묻자 #'미국인 희생·헌신' 내세워 증액 정당성 주장 #文정부 북한 관광 추진엔 "유엔 제재 준수하라" #논란된 해리스에는 "훌륭한 대사, 신임, 지지" #호르무즈 파병 대해선 "한국에 아직 실망 안 해… #이 지역 안전·안보 지키는 데 도움 결정 내리길"

지난 1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거액을 요구하자 (일부 한국인들은) 아예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주장도 나온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한국의 결정과 결정 과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 결정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것을 돕는 결정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속한 파병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다.

그는 또 최근 국내에서 각종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미국 대사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웠다.

인터뷰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C스트리트에 위치한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됐다. 미국 국무부 산하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에서 일하다 재무부로 옮겨 정보 분석가로 일했던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공직을 그만둔 뒤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채널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국가안보 관련 코멘테이터로 활동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카웃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미국과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해리스 대사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주권'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정부 입장은.

“먼저 대북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가장 포괄적인 제재 가운데 일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안보리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서 통과시켰다. 따라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이러한 제재를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북 제재의 효과를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

“물론이다. 적절한 지적이다. 미국과 한국 간 외교나 협상보다 내가 더 앞서 나가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말하겠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인적 관계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진전시키고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진전시키는 게 우리의 진정한 목표다. 우리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목표를 진전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 친구와 동맹들은 미국을 도와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연말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한국의 남북 협력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밝은 미래’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모든 국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켜줄 것을 촉구한다. 세계 어디에서든 제재를 준수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엔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리스 주한대사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봐도 되나.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해리스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다. 우리는 그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훌륭한 대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발언에 중점을 두는 대신 보다 광범위한 미국과 한국 간 관계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두고 맞대응하는 ‘팃 포 탯(tit-for-tat)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간 보다 광범위한 관계에 집중하라"고 말하면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의 공동 기고문 얘기를 불쑥 꺼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한 글이다.

두 장관은 ‘한국은 부양 대상이 아닌 동맹’이라는 제목 글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낼 능력이 있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테이거스는 한국인들이 읽어봐야 할 글이라고 말했다. 현직 외교·국방 장관이 유명 언론 공동 기고를 통해 동맹국 하나를 콕 찍어서 돈을 더 내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데, 국무부 대변인은 일독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제(현지시간 15일) 워싱턴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6차 회의가 끝났다. 두 장관 기고문은 양측 협상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 지역 안보와 세계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다른 현실은 때로는 친구 간에도 힘든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크고 어려운 일들을 함께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중국 공산당에 맞섰다. 국무부 관심사인 5G(5세대 이동 통신), 화웨이, 신장 위구르 무슬림 감금 등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한국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친밀한 우정과 관계는 그대로 남을 것이다.”

SMA 협상 때문에 미국에 대한 한국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거액을 요구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걱정스럽지 않나.

“한국인들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자유와 선택권을 반드시 누릴 수 있도록 미국인들이 싸우고 죽고 목숨을 잃고 피를 흘렸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샌프란시스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한국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데.

“우리는 한국이 과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만에 파병한 데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곳곳에서 갈등에 놓일 때 한국은 동맹이자 파트너이자 친구로서 미국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늘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는 독자적인 결정, 주권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적인 주권을 중시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내리게 될 결정과 숙고 과정을 존중한다. 그 결정이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길 희망한다.”

아직은 한국 정부에 실망하지 않았다는 건가.

“아직은 아니다. (웃음)”

북·미 대화에 진전의 신호가 보이나.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를 많이 물어본다. 앞서도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외교적 돌파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하고 희망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모든 게 즉각적이길 기대한다. 하지만 외교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사가 잘 보여준다. 북한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 정부가 긴밀한 협력과 파트너십을 맺어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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