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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의 분노 폭발 ... 왜?

중앙일보

입력

중동 국가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제난에도 내각 구성 늦자 시위 격화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부상자 속출

레바논 시위가 격화해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레바논 시위가 격화해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200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CNN은 레바논 적신월사의 발표를 인용해 “부상자 80여 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140여 명은 현장에서 치료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정부에 격렬하게 항의하던 이들이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 등으로 강경하게 진압하며 부상자가 크게 늘었다.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건 지난해 10월이다.

‘왓츠앱’ 등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과 부정부패로 힘겨워하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 나라 청년 실업률은 30%가 넘어 특히 젊은이들의 좌절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이 경찰에 끌려나가고 있다. 레바논 시위는 경제난으로 시작됐다. [EPA=연합뉴스]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이 경찰에 끌려나가고 있다. 레바논 시위는 경제난으로 시작됐다. [EPA=연합뉴스]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임하고, 하산 디아브 총리가 새로 취임하며 잠시 가라앉은 듯했던 레바논 민심은 내각 구성이 늦어지며 다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새로운 총리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내각을 꾸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정파 간 다툼으로 여태껏 성과가 없어서다.

레바논은 기독교ㆍ이슬람 수니파ㆍ시아파 등으로 나뉜 다종교 국가로, 종교 갈등 때문에 1975년부터 10여년간 내전을 겪었다.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각각 맡는 권력 안배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이유다.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혼란을 겪는 사이 경제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뚝 떨어졌고 물가는 폭등했다. CNN은 “하리리 총리의 사임 이후 시위는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졌지만, 정부가 3개월 이상 혼돈을 겪으며 시민들은 점점 좌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또 “은행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이 때문에 은행에 불을 지르고 ATM기를 부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시위는 베이루트뿐 아니라 북부 트리폴리 등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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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격화하자 미셸 아운 대통령은 이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라야 하산 내무장관 역시 “시위가 경찰과 공공ㆍ사유 재산에 대한 공격으로 변질한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하리리 전 총리는 “시민의 평화를 위협하는 방화 및 파괴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장면”이라고 비난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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