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나경원에 4패한 동작을…민주당 또다시 '자객 공천론'

중앙일보

입력 2020.01.19 08:00

업데이트 2020.01.20 10:19

2014년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동작을 후보자 TV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의 요청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왼쪽부터)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맨 오른쪽은 새누리당 소속이던 나경원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2014년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동작을 후보자 TV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의 요청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왼쪽부터)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맨 오른쪽은 새누리당 소속이던 나경원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작을”

서울 동작을 지역구 출마 경험이 있는 한 후보가 16일 한 말이다. 동작구의 동남부 지역(상도1동, 흑석동, 사당 1~5동)인 동작을을 두고 정치권은 이번 4.15 총선에서도 격전을 예상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소를 옮기기로 한 종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광진을과 함께 동작을이 서울 ‘3대 승부지’로 거론된다.

여야 공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 뒤에는 변화무쌍한 변수들이 숨어있다. 첫째는 사그라지지 않는 개발 수요다. 현재 동작을 내 아파트 비중은 약 52%로 인접 강남 3구(60~70%)를 밑돈다. 20대 총선에서 동작을 재선에 성공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4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강남4구 일류동작”을 주장해 부동층의 마음을 샀다.

2014년 동작을에서 처음 당선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만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의원,왼쪽은 이완영 의원. [중앙포토]

2014년 동작을에서 처음 당선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만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의원,왼쪽은 이완영 의원. [중앙포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편입되고 싶은 동작구민들의 ‘강남화’ 욕망을 간파한 전략이었다. 당시 지역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나경원은 별로인데 ‘강남 4구’는 좋다”, “강동구를 제치고 동작구가 강남 4구가 되자”는 글이 올라왔다. 나 의원이 서리풀터널(정보사령부 부지 터널) 개통을 적극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터널이 뚫려 동작구와 서초구 간 이동 거리가 훌쩍 가까워졌다.

그러나 유권자 연령대로 봤을 때 동작을은 상대적으로 진보 진영에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다. 중앙대·숭실대·총신대 등 대학 3곳이 포진한 데다 강남·여의도로 출퇴근하려는 직장인 거주자가 많아 2030 비율이 서울 평균을 웃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50대 이상은 서울 평균보다 적다. 민주당이 이 지역을 ‘표밭’으로 보고 매번 전략공천을 저울질하는 배경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재개발 전 동작을은 상경한 호남 인구가 터를 잡는 곳 중 하나였다. 호남선 종착지인 영등포역의 배후지역이라서다. 1973년 관악구로 분구되기 전까지 이곳은 영등포구였다. 현재의 동작구 이름이 붙은 건 불과 40년 전(1980년)이다.

이 같은 배경에 힘입어 2004년(17대 총선)까지는 민주당이 우세했다. 13·14대 동작을 의원을 지낸 박실 전 국회 사무총장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멤버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소속으로 박 전 총장을 꺾고 당선된 유용태 전 헌정회장은 2년 뒤(98년) 당적을 DJ쪽으로 옮겨 재선(16대)했다. 그는 DJ 정부 노동부 장관을 거쳐 새천년민주당 원내총무까지 지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정동영(우)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서울 경문고에서 열린 동작구 조기축구대회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 18대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정동영(우)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서울 경문고에서 열린 동작구 조기축구대회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대차 사장 출신의 이계안 열린우리당 후보가 17대 때 배지를 달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동작을을 텃밭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후 12년간 동작을 민심은 보수 진영(현 한국당)으로 기울었다. 18·19대 정몽준, 2014년 재보궐·20대 나경원 후보가 각각 두 차례씩 연속으로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한국당 4전 연승, 민주당 4전 연패다.

진보진영의 전략공천이 말썽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현 민주평화당 대표)이 “험지 출마”를 주장하며 나왔다. '셀프 전략공천'인 셈이다. 대선에서 막 떨어진 뒤였는데, 정몽준 전 의원이 그를 상대로 1만1300여표 차이 압승을 거뒀다.

6년 뒤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열린 7.30 재보궐 선거 때는 말 그대로 ‘전략공천 파동’이 났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기동민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자,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동준 당시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기 의원의 공천 수락 연설장에 나타나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몸싸움을 벌여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후보 단일화(노회찬)로 선회했지만, 결국 당시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929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2014년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지역에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략공천에 항의하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왼쪽)과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지역에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략공천에 항의하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왼쪽)과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21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또 동작을을 두고 ‘자객 공천론’이 제기된다. 나 의원 대항마로 이수진 전 판사,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다.

고스펙·여성 컨셉이 겹치는 인물을 투입하자는 주장인데 일각에서는 "전략공천 필패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작에서 서울시의원 당선 경력이 있는 강희용 지역위원장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당 대표 시절 참모다.

허영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17일 15개 지역구를 전략공천 대상지역으로 묶은 민주당은 종로·광진을과 달리 동작을은 전략공천과 관련,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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