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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3만원 '리얼돌 오피스텔'···성매매 자리 꿰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분홍색 침대 시트 위로 누워 있는 리얼돌. 일본식 교복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다. 특정 부위를 훤히 드러낸 채다.

지난달과 이달 초 리얼돌 체험방 측에서 20대 남성 직장인 A씨에게 보낸 여러 사진 중 일부다. 원피스를 입고 있는 리얼돌의 사진도 있다. 체험방 매니저는 “야동(야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설명까지 붙였다.

인천 신도시 지역에 있는 이 리얼돌 체험방은 복도를 따라 여러 개의 방이 딸린 일반 시설과 다르다. 오피스텔 안에 리얼돌이 있다. 일명 ‘오피’로 불리는 오피스텔 성매매 방식이다. 한 시간 이용료는 3만원 선이다.

이 오피스텔과 15m 너비의 도로 하나를 두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관할 행정기관에 사업자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성인용품점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된다.

서울의 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 전시 중인 리얼돌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서울의 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 전시 중인 리얼돌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전국 우후죽순 들어선 오피스텔형

지난해 6월 리얼돌 수입허가에 손들어준 법원 판결 이후 단순 리얼돌 체험방에 이어 현재 오피스텔에서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오피스텔 리얼돌 체험방은 주방과 거실 등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는 구조다.

속옷만 걸친 리얼돌이 침대에 앉아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개념’ ‘합법’ 문구를 넣어 홍보 중이다.

이런 오피스텔형은 전국에서 60여곳이 문을 열었거나 개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오피스텔 리얼돌 체험방의 이용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형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1시간이 아쉽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등 내용이다.

[자료 치안정책연구소]

[자료 치안정책연구소]

성매매 수요 파고든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성매매 업종별 단속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9월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오피)는 596건이 적발됐다. 변태 마사지(578건) 보다 많다.

오피는 지난해 전체 성매매 단속 건수(3526건)의 16.9%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리얼돌이 이 같은 성매매 수요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중·후반엔 국내에서 인형체험방이 유행했다 사라진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인형 체험방을 성매매 또는 유사성행위업소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명확한 선이 그어지기 전 유흥가에서 인형체험방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인형이 지금처럼 리얼하지 않고 조악한 데다 파손·훼손이 심해 업주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히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뉴스1]

사람과 유사한 리얼돌 성매매 논란 

이후 과거보다 정교한 리얼돌이 나오면서 논란이 다시 뜨겁다. 지난해 6월 리얼돌 수입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대법원은 “성인의 사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피’와 유사한 형태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리얼돌을 이용한 오피 형태의 영업을 불법으로 볼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는 게 경찰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성매매는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성립한다”며 “오피스텔형이든, 단순 리얼돌 체험방이든 단속 근거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법원도 리얼돌 자체를 형법상 음란물로 규정하지 않았다.

3년전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리얼돌을 의류제작 마네킹으로 둔갑, 밀수입 위반한 일당 검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3년전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리얼돌을 의류제작 마네킹으로 둔갑, 밀수입 위반한 일당 검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학교환경위생 구역 규제는 적용 

리얼돌 체험방은 ‘OO방’과 달리 업태(業態)로도 인정조차 안 한다. 풍속업소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대부분 성인용품점으로 관할 행정기관에 등록하다 보니 학교 반경 200m 안에는 들어설 수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리얼돌을 음란물로 규정부터 해야 대여행위를 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성적 거래대상으로 용인하게 돼" 

여성인권 단체는 리얼돌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서랑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리얼돌 존재 자체를 넘어 이 문제는 (사람을 상대로 한) 성매매가 갖는 핵심문제와 맞닿는다”며 “(리얼돌 때문에) 여성을 존엄한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성적으로 거래 가능한 대상으로 용인하게 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욱·편광현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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