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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48명당 1대 뿐인데···정부 때문에 못늘리는 세종 택시

중앙일보

입력

전국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세종시에 눈길을 끄는 현상이 있다. 인구 대비 택시 수가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적은 것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외지인 방문객이 늘면서 택시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택시 수는 늘지 않고 있다.

17개 시·도 중 인구 대비 택시(352대) 가장 적어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120대 느는데 그쳐 #세종시 "정부가 증차 허용안해 어쩔수 없다"

17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대전세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택시는 모두 25만2254대였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같은 시기 외국인을 제외한 전국 주민등록인구는 5184만9253명이었다. 따라서 택시 1대당 인구는 205.5명에 달했다.

정부세종청사 주변 택시 승강장이 텅 비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세종청사 주변 택시 승강장이 텅 비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세종은 같은 시기 택시 대비 인구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948.2명이나 됐다. 나머지 충청권 3개 시·도는 ^대전 170.9명 ^충남 232.8명 ^충북 335.6명이었다. 이때 주민등록인구는 세종 33만여명, 대전 147만여명, 충남 212만여명, 충북 159만여명이었다.

반면 택시 수는 세종(352대)이 ^대전(8659대) ^충남(6331대) ^충북(6871대)보다 훨씬 적었다. 세종시가 출범한 2012년 이후 세종시 택시는 120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관광도시인 제주의 택시 수는 세종의 15배가 넘는 5348대였다. 같은 시기 기준 제주 인구는 세종의 약 2배인 67만여명이었다. 세종시민 최영락씨는 “택시 수도 적은 데다 그나마 운행하는 택시는 대부분 조치원역이나 오송역 근처 등에 있다”며 “세종 신도시에서는 택시 타는 걸 포기하고 산다”고 말했다. 3년 전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한 이성옥씨는 "택시가 적다 보니 불친절 등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택시 영업구역을 대전·청주·공주 등 인근 도시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정부가 택시 증차를 허용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택시 증차를 위해 해마다 노력하지만, 성과가 없다”고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택시 총량제에 따라 택시 운행률 등을 고려해 증차를 허가해준다”며 “세종은 택시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에 운행률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시를 장시간 운행하지 않아도 목표 수입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세종시의 설명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최근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만나 세종시 택시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세종시 조치원읍 주변에 정차해 있는 택시.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조치원읍 주변에 정차해 있는 택시. 프리랜서 김성태

이런 가운데 대전 세종연구원 안용준 연구원은 최근 '위치정보를 활용한 세종시 택시운행 특성 분석'이란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안 연구원은 지난해 7월 14일부터 27일까지 세종시 콜택시센터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수 조사도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운행 택시 1대당 하루 평균 ^전체 운행 거리는 334.09㎞ ^승객 수는 21.71명 ^탑승 승객의 회당 평균 운행 거리는 6.92㎞였다.

승차 지역은 ^조치원읍(39.69%) ^어진동(8.73%) ^나성동(8.61%) ^도담동(7.22%) 순으로 많았다. 하차 지역은 ^조치원읍(32.31%) ^청주 오송읍(6.51%) ^어진동(6.35%), 나성동(4.91%) 순이었다. 조치원읍에는 세종시의 대중교통 중심지인 조치원역이, 어진동에는 정부세종청사, 오송읍에는 KTX 오송역이 있다. 따라서 이들 두 지역과 오송역 사이의 택시 승객 수요가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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