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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즐거운 한국어, 팝음악과 잘 어울려…스마트한 협업 필요, K팝+트로트? 쿨할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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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02면

‘K팝 전도사’ 제프 벤저민 

뉴욕대(NYU)에서 음악학과 저널리즘을 복수 전공한 제프 벤저민이 기사를 쓰는 타이핑과 닮았다며 피아노 연주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K팝 홍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4일 제16회 한국이미지상을 받았다. 박종근 기자

뉴욕대(NYU)에서 음악학과 저널리즘을 복수 전공한 제프 벤저민이 기사를 쓰는 타이핑과 닮았다며 피아노 연주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K팝 홍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4일 제16회 한국이미지상을 받았다. 박종근 기자

K팝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지식인’도 필요하다. 칼럼이나 책을 통해 K팝을 알리는 목소리가 절실하다. 그 역할을 자임한 청년이 있다. 제프 벤저민(31)이다. 뉴욕타임스(NYT)·빌보드·롤링스톤 등 유력매체에 K팝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뉴욕대(NYU)에서 음악학과 저널리즘을 복수 전공한 벤저민은 K팝뿐만 아니라 라틴음악·아프로비트(Afrobeat)·아랍팝 전문가이기도 하다.

NYT·빌보드 등에 K팝 칼럼 기고 #한국이미지상 ‘징검다리상’ 수상 #K팝 뮤직비디오·티저·콘텐트 #디지털 시대 빠른 속도에 잘 적응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이 14일 주최한 제16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벤저민은 ‘징검다리상’을 받았다. 한국이미지상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인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벤저민을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났다. 2015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이번이 8번째라고 했다.

올해 ‘징검다리상’ 수상자다.
“영광이다. 상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든다. 세계인들을 연결하여 한국 음악, 특히 K팝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게 내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발견한 새로운 음악을 친구들이나 아버지·어머니와 공유하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 매체에서 당신을 ‘K팝 전도사’라고 부른다. 알고 있는가.
“몰랐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
그리스도교의 ‘기쁜소식’이나 불교의 ‘법문’을 전파하듯이 K팝을 전도사처럼 세계에 전파한다는 뜻이다.
“아 그런가. 기분 좋은 타이틀이다.(웃음) 특히 전도사에게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아티스트들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내 활동을 따뜻하게 응원하기 때문에 나는 K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게 행복하다.”
‘K팝 전도사’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2년 트위터에 2NE1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2NE1 팬들이 ‘고맙다’며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2018년 미국에서 개최된 KCON(Korea Convention) 페스티벌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팬들은 한국말 가사와 춤을 미리 익혀 따라 했다. 이러한 팬들의 참여도는 다른 음악 장르에서 흔하지 않다. K팝 현상은 특별하다. K팝을 비롯한 한국 음악 공연은 곳곳에 팬들의 참여를 끌어낼 장치가 숨어 있다.”
한국어 노랫말은 어떻게 들리는가.
“질문해 줘서 고맙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어는 귀에 즐겁다. 짧은 음절 덕분인 것 같다. 스페인어도 그런 특성을 공유한다. 모든 언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라틴음악과 한국음악이 사람들을 잡아끄는데 언어도 한몫한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이탈리아어가 오페라에 적합하며 독일어는 그렇지 않다는 ‘편견’이 나온다. 음악 장르에 따라 언어 궁합이 있다는 말인데… 한국어는 현대 대중음악에 맞는다는 말인가.
“그렇다. 한국어는 팝음악과 잘 어울린다. 팝음악은 이해하기 쉽고 따라 하기 쉬워야 한다. K팝은 매우 똑똑하게 한국어를 활용하는데 한국어 자체의 소리가 팝음악에 좋다. 독일어의 경우 빠른 음악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어는 K재즈나, K아프로비트에도 통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언어는 사람들이 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 음악 취향이 변화함에 따라 덜 중요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언어보다는 아티스트의 탤런트와 퍼포먼스가 중요해진다. 이번에 한국이미지상부싯돌상을 받은 나윤선 재즈보컬리스트는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를 영어로도 부르고 한국어로도 부른다.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줄 게 있다면, 언어보다는 퍼포먼스가 더 중요하다. 특히 젊은이들의 성향이 그렇다.”
K팝에는 한국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미국적이거나 글로벌적인 요소도 있지 않은가. 이들 측면을 구분할 수 있는가.
“K팝의 핵심을 살펴보면, 그 출발부터 많은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아티스트와 노래에 따라 한국 혹은 글로벌 청중을 더 염두에 두는 경우는 있는 것 같다. 한국 패션·음식·악기·한복 등이 등장하는 공연이나 뮤직비디오는, 한국과 세계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원인 중 하나는 메시지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래로 사회 비판은 한국음악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BTS의 메시지는 구체적이다. 한국 젊은이들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시대상이나 소비문화,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것을 포함해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보편성도 있다.”
K팝의 성공을 설명하는 이론은.
“나도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오늘 디지털 시대는 도처에서 우리의 관심을 잡아끌려고 한다. K팝 산업은 관심 끌기가 효과적이다. 뮤직비디오, 앨범, 티저, 콘텐트 등을 빠른 속도로 전개한다. 한국음악은 미국음악만큼이나 디지털 시대의 빠른 속도에 잘 적응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적응이 더딘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 자신의 음악을 올리지 않는 일본 아티스트도 있다. 전 세계를 유통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시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장면. [중앙포토]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장면. [중앙포토]

한국 아티스트들은 서구의 동양이나 한국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는가? 아니면 반대로 유지하는가.
“스테레오타입을 붕괴시킨다. 미국에는 오랫동안 아시아 아티스트가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약간은 너드(nerd)같지만 친한 내 친구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한국의 보이·걸 그룹은 미국과 유럽의 그룹들보다 더 잘하고 있다. 판매량이나 청중 수 등의 면에서도 그렇다.”
한국 음악 장르의 발전방향은.
“공동작업(collaboration)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보다 스마트하고 전략적인 협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룹들 간의 협업, 팬의 공유가 더 필요하다. 또 남들과 똑같아서는 갈 곳이 없다. 트로트를 K팝에 수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쿨(cool)할 것이다.”
BTS의 병역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에 살고 있지 않기에 의견을 밝힐 입장이 아니다.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 내 여러 의견을 존중한다. 그런데 BTS의 팬들은 충성심이 매우 높다. 세계 최고다. 그들은 뭐가 어떻게 되건 BTS를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알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앨범을 만드는데 18개월 정도를 투입한다. 따라서 18개월 동안 안 보여도 BTS의 커리어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올해 K팝에는 어떤 신나는 일이 있을까.
“한·미 레이블 파트너십(label partnership) 활성화를 기대한다.”
K팝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가.
“어떻게 알았는가.(웃음) 두어 권을 동시에 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한 권이 나올 것이다. 보아나 원더걸스 등을 통해 K팝에 대해 알게 된 지 10여년이 됐다. 책은 지난 10년 동안 K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다룰 것이다. 내 스토리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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