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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소울넘버’ 7번…김정은·트럼프·아베는 4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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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18면

타로카드의 세계

지난해 말 『나의 소울넘버』를 펴낸 한민경씨. 누구나 자신의 행동패턴을 드러내는 ‘소울넘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알면 세상살이가 편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현동 기자

지난해 말 『나의 소울넘버』를 펴낸 한민경씨. 누구나 자신의 행동패턴을 드러내는 ‘소울넘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알면 세상살이가 편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현동 기자

시인 정현종은 이렇게 썼다.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아침’이라는 시에서다.

타로 인생상담 30년 한민경씨 #7번은 측근 정치, 인기는 좋아 #4번 엠퍼러는 국수주의 성향 #생년월일 숫자 최대 8개 더해 #9개 역할 유형으로 나눠 해석

시를 읽지 않는 보통 사람들은 운명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앞날이 궁금하다. 연말이나 구정을 앞둔 연초, 무속인들이 바쁜 이유다.

줄잡아 30년 경력의 한민경(50)씨는 타로카드로 미래를 점쳐주기보다는 고객의 인생 상담에 주력한다고 했다. 연도카드와 소울넘버를 활용해서다. 연도카드와 소울넘버가 한씨의 발명품인 건 아니다. 한 사람의 생년월일 같은 자주 사용하는 숫자에는 영적인 기운이 서리게 마련이라는, 고대 수비학(數祕學, Numerology) 전통에서 계승된 타로 업계의 공동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씨의 특장은 역시 풍부한 상담 경험인 듯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통 타로 상담보다 두세 배 긴 시간 동안 촘촘히 고민상담을 해준다. 노하우를 공개한 책을 냈고(2014년 『무슨 고민인가요』, 지난해 『나의 소울넘버』), 고객 중에는 재벌가·사채업자·연예인도 있다고 한다.

자칭 고민수집가. 타칭 연남동 한선생. 지난 3일 한씨를 만났다. 워낙 바빠 오전에 만나야 했다.

주로 어떤 상담을 많이 하나.
“정치인, 연애 상담은 하지 않는다. 70% 정도가 직장인, 사업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겪는 고민 상담이다. 무작정 찾아온다고 상담해주지 않는다. 사전에 내용을 필터링한다.”
타로는 주로 연애 상담을 통해 대중화됐다. 연애 상담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실연한 후 울면서 찾아온 여자가 있다고 치자. 나는 기본 상담료가 20만원이다. 그걸 알려주면 대부분 안 한다고 한다. 돈이 문제인 거고, 안고 온 질문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질문이 아닌 거다.”
부부간 문제도 애정 문제일 수 있는데.
“부부는 협업자다. 가정을 지탱하고 아이들을 키운다. 생산성이 있어야 하고 생산성을 높일 전략도 필요한데, 그래서 중요한 게 부부가 각각 어떤 역할에 집중할 때 결과가 더 빛이 날 수 있느냐다. 나는 부부가 그럴 수 있도록 돕는다.”
타로카드

타로카드

한씨의 세계에서 역할은 사람의 성격과 비슷하다. 하지만 역할이, 굳어져 고정된 성격과 같은 건 아니라고 했다. 역할은 소울넘버로 알 수 있다. 생년월일을 구성하는 최대 8개 숫자를 더하는 방식으로 구한다. 1부터 9까지 모두 9개의 숫자, 그러니까 9개의 역할 유형이 있다. 가령 1990년 5월 5일생인 경우 1+9+9+0+5+5=29인데, 이렇게 결과가 두 자리인 경우 2와 9를 다시 더하면 11, 역시 두 자리니까 1과 1을 다시 더해 얻는 2가 이 사람의 소울넘버다. 『나의 소울넘버』에 따르면 소울넘버 2가 타로카드에서 상징하는 바는 여사제.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여기고, 게으른 사회성 덕분에 가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지만 조직사회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성격이 아니라 역할이라고 하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해보자.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아는 나의 모습 중에 공통된 부분이 있을 거다. 그걸 합의된 나라고 치자. 그런데 남들이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나, 혹은 나만 아는 나도 있을 수 있다. 나를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소울넘버에서 역할은 불변의 나를 규정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과 전체 속에 있을 때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행동패턴, 일종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해 놓은 거다.”
그런 걸 알면 어떤 도움이 되나.
“인생은 계주 경기, 각자는 특징이 제각각인 계주 선수다. 자기 특성에 따른 역할을 알면 가령 승진이나 부서 이동으로 좋아지거나 힘들어진 상황이 생겼을 때 아무래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타로카드나 수비학 모두 서양에서 왔다. 문화가 다르면 상담 내용도 달라지나.
“레이첼 폴락 같은 미국의 전문가에게 타로를 배우러 다니다 미국인 고객도 생겼다. 한국인들이 확실히 조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미국이 결과를 중시한다면 한국은 조직에 협조적인지를 더 따지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주변국 지도자들의 역할도 소울넘버로 얘기해볼 수 있나.
“문 대통령은 7번, 북한의 김정은, 미국의 트럼프, 일본의 아베가 모두 4번이다. 4번의 역할은 황제, 엠퍼러다. 돈 갖다 바치는 사람을 보호하는 프로텍터다. 국수주의, 우경화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날 확률은 적다. 지키려는 사람들인데 전쟁 나면 이겨도 손해 아닌가. 북핵 문제는 협상을 계속해도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 지도자로서 7번은 팀으로 움직인다. 측근 정치다. 민주적이지는 않은데 인기는 좋다. 또 일을 이뤄내기보다는 보이는 것을 잘 만들어낸다.”

남의 눈에 비친 나의 행동 알고리즘을 알고 주어진 내 역할을 긍정하자. 이런 강령을 타로라는 ‘서양 미신’에서 나왔다고 배척할 이유가 있을까.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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