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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안타까운 사도세자의 마지막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0호 20면

사도의 8일

사도의 8일

사도의 8일
조성기 지음
한길사

‘바깥은 밤이고 뒤주 안은 더한층 짙은 밤이다. 밤은 죽음을 닮았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죽음을 예감한다. 밖에선 세손(훗날 정조), 그러니까 자신의 아들이 할아버지인 영조에게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성기씨의 장편소설 『사도의 8일』의 한 장면이다. 부제가 ‘생각할수록 애련한’인 소설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 동안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렸다. 뒤주 속의 사도세자가 내뱉는 독백이 그의 28년의 생애를 압축해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내 혜경궁 홍씨의 시선이 교차된다. 이를 통해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사도세자의 삶은 흔들리는 뒤주 같았다. 군사들은 뒤주를 흔들어 그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흔들지 마라! 어지럽다”였다. 혜경궁 홍씨는 "남편의 인생도 누가 자꾸만 흔드는 바람에 망가졌다”고 말했다.

소설은 영조에게 받은 압박과 치열한 당파 싸움 속에서 사도세자가 광인(狂人)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사도세자는 내관들에게 아비를 욕해보라고 협박하고 지체하면 목을 베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온양행궁으로 떠나는 동안 사도세자는 잠시나마 성군의 면모를 보인다. ‘그가 무엇 때문에 광인이 됐는가’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혜경궁 홍씨는 관찰자이자 희생양이었다. 세자빈이 된 이후 줄곧 남편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변해가는 사도세자를 두려워하면서도 연민을 가지고 그를 이해하려 한다. 남편을 따라 생을 포기하려 했던 그가 세손을 지키려 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소설은 당연히 혜경궁 홍씨가 생전 남긴 회고록 『한중록』을 바탕으로 했다. 작가 조성기는 널리 알려진 이 소재로 2004년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이후 16년 만에 장편소설을 썼다. 30대에 『한중록』을 읽고 감명을 받아 사도세자 서사를 꾸준히 연구해 왔다고 한다. 이번 소설에선 혼란한 역사 속에서 한 인물이 감내해야 했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김여진 인턴기자 kim.yeo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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