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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심리학, 이 책 보면 통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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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21면

칼 융 레드 북

칼 융 레드 북

칼 융 레드 북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책 제목 중에 ‘칼 융’은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을 말한다. 프로이트와 함께 현대 심리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그 융 말이다. 융 하면 ‘집단무의식’이라는 어휘가 떠오를 만큼 학창시절 최소한의 사상사 교육을 통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정작 집단무의식의 내용과 이 개념이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제가 ‘The Red Book’인 이 책은 융으로 상징되는 분석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쏠쏠한 책일 것 같다. 융이 한참 책의 원고를 쓸 무렵 빨간색 가죽으로 겉표지를 댔다고 해서 레드 북, ‘빨간 책’으로 불리는 이 책은 융 심리학 사상의 시원을 보여주는 숨은 그림과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급한 독자의 기대와 달리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맨 앞에 실린 ‘옮긴이의 글’을 면밀히 읽은 다음 뜬구름 잡는 광신도 계시록 같은 프롤로그를 잘 넘기는 게 독서 요령. ‘시대의 정신’과 ‘깊은 곳의 정신’의 대립 구도를 우리 정신세계의 상반된 지형을 보여주는 일종의 장치로 이해해도 좋겠다. 물론 깊은 곳의 정신은 이른바 인류라는 종의 출현, 이 생명체의 최초의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생겨난 집단무의식을 뜻한다.

이런 정도의 채비만 갖춘 채 뛰어들면 책은 신비로운 내면을 슬며시 드러낸다. ‘훌륭한 철학서’처럼 읽힌다는 번역자들의 독후감과도 비슷하게, 마치 문학작품처럼, 반드시 표면적인 문장의 의미에 얽매이지 않아도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세계를 선사한다.

책은 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인 1913년 10월 융이 대낮에 경험한 대홍수 환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가장 예민했던 정신은 흉흉한 시대의 공기에 가위눌렸던 것일까. 훗날 융은 그 시기에 대해 “모든 것을 잉태한 그 신비한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니까 융을 깊게 알려면 이 책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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