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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 혁통위 불참…박형준 “통합 땐 뒤주에도 들어갈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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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06면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왼쪽)이 17일 새 보수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왼쪽)이 17일 새 보수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보수 통합’ 논의가 연일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17일엔 한국당과 일대일 협의체를 요구해온 새보수당이 보수 진영 정당·단체 협의체인 혁신통합위원회(혁통위) 회의에 불참했다. 혁통위 위원인 정운천·지상욱 새보수당 의원은 각각 일정과 건강상 문제라고 불참 사유를 밝혔지만 혁통위와 한국당에 대한 새보수당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삐걱거리는 보수 통합열차 #지상욱 “위원장이 왜 가타부타하냐” #혁통위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 당혹” #김형오, 한국당 공천 칼바람 예고 #“눈 가리고 칼 든다, 죽으러 왔다” #한국형 ‘오픈 프라이머리’ 구상도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양당 통합 협의체를 거부하는 것은 통합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결혼하자면서 양가 상견례는 거부하고 일가친척 덕담 인사만 다니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답변을 거부할 경우 한국당을 통합 반대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중대 결단할 수 있다”며 “한국당에서 통합 3원칙을 수용하는 데 석 달 걸렸다.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못 기다린다”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혁통위라는 보수 통합열차가 드디어 출발하는 듯싶었지만 여전히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지상욱 새보수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을 겨냥해 “박 위원장이 왜 가타부타하느냐”며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만 된다면 사퇴뿐 아니라 뒤주에도 들어갈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일도 아니다”며 “혁통위는 뚜벅뚜벅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통위 관계자는 “앞서 두 번째 회의 때 새보수당 의원들이 위원장에게 유감 표명을 하라고 해서 이를 들어줬다”며 “세 번째 회의에서는 농담도 오가며 분위기가 좋았는데 회의가 끝난 뒤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반면 새보수당의 한 의원은 “의원들 생각이 다르지 않고 혁통위원장 사퇴 촉구도 대부분 합의한 것”이라며 “혁통위는 중매쟁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자신들이 모든 걸 결정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새보수당과의 일대일 협의보다 혁통위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위원장은 “태극기 세력부터 우리가 원하는 안철수 전 의원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혁통위를 구성했고 우리도 참여한 것”이라며 “우리 당과 새보수당이 물밑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를 막을 일은 아니지만 어렵게 추진된 혁통위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형오 한국당 공 관위 원장(오른쪽)이 17일 황교안 대표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형오 한국당 공 관위 원장(오른쪽)이 17일 황교안 대표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런 가운데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하겠다”며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눈은 가리고 있다”며 “왜 눈을 가리는지 아느냐. 눈에 밟히는 사람은 놓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공식 일정부터 21대 총선 공천 칼바람을 예고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큰 틀에서 세 가지 공천 기준을 밝혔다. 그는 “첫째 경제를 살리는 국회의원, 둘째 자유와 안보를 지키는 국회의원. 셋째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을 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 신인을 적극 발굴하고 청년과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장치로 ‘한국형 오픈 프라이머리’를 예로 들며 “시간도 없고 인재도 많지 않아 그런 시도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새로운 모습과 혁신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미국에서 유래한 ‘오픈 프라이머리’는 후보를 선발할 때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참여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투명성은 높지만 통상 인지도 높은 현역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한국형’이란 단서를 단 것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일부 변형시켜 신인과 외부 인사를 배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고 간섭받지도 않을 것”이라며 “공관위원장으로서 직을 걸고 하겠다. 공관위원들의 소신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황교안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과 함께 당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그는 “공천 때마다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았다”며 “오염된 물에 새로운 고기를 넣어봐야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공천 관리를 맡고 있으니 새로운 물고기를 영입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 판을 가는 것은 정치가 개혁되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통합에 대해선 “양쪽 날개로 날아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있다”며 “설 전에 흔쾌히 타결되면 더 바랄 게 없다. 원칙이라도 합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공관위원장 거취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감투가 아닌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죽기를 원하지 않고 살기를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김 위원장은 황 대표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시장 상인이 아이들에게 포도를 건네는 모습이 그려진 작품이다. 김 위원장은 “제 연구실에서 걸어놨던 그림”이라며 “당이 정말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 국민과 함께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이 그림을 출발점으로 국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박해리·김기정·이가람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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