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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첫 단독 주연 안재홍 "제 패기·갈망 연기에 이용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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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해치지 않아' 주연배우 안재홍은 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새 영화 '해치지 않아' 주연배우 안재홍은 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태수가 ‘동산파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미션을 받는 게 제가 영화 ‘해치지않아’의 타이틀롤을 맡은 심정과 다르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실제 저의 자신감 혹은 패기, 갈망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일부러 희화화해서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캐리커처를 그리기보다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진심으로 태수의 모습을 제가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죠.”

15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에서 단독 주연에 나선 안재홍(34)의 말이다. 6년 전 독립영화 ‘족구왕’에서 족구를 사랑하는 복학생 역으로 주연해 주목받았지만, 상업영화 단독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를 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15일 개봉 '해치지않아' 주연 #탈 쓰고 동물행세 나선 변호사 #"위기의 동물원 살리려는 주인공, #첫 단독 주연한 제 심정과 같아"

‘순풍…’의 레전드 박영규와 호흡 신기했죠

이번 영화는 HUN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 토대. 손님은커녕 동물조차 없는 폐업 직전 동물원을 되살리려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위장 근무에 나선다. 안재홍이 맡은 태수는 바로 이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 삼류대 콤플랙스를 안고 대형 로펌 수습 변호사로 간신히 취직한 그는 위기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구하라는 회사 명령에 일생일대의 승부를 건다.

영화 '해치지 않아'에서 수습 변호사 태수(맨 왼쪽)는 '동산파크' 식구들과 동물원 살리기에 나선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해치지 않아'에서 수습 변호사 태수(맨 왼쪽)는 '동산파크' 식구들과 동물원 살리기에 나선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달콤, 살벌한 연인’(2006)에선 로맨틱 코미디에 연쇄살인사건, ‘이층의 악당’(2010)에선 코미디에 범죄극을 버무려낸 손 감독이 공동각본‧연출한 9년 만의 복귀작. 안재홍에겐 JTBC 로맨틱 코미디 ‘멜로가 체질’(연출 이병헌)을 잇는 코미디 작품이다. 그는 손 감독의 전작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차기작을 (제안) 받았다는 것만으로 흥분됐다”고 했다. “유튜브 레전드 영상으로 종종 보던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 선생님과 함께하게 된 것도 신기했죠.” 박영규는 이번 영화에서 동산파크의 전임 원장 역을 맡았다.

이병헌 감독 "안재홍, 적정한 수준의 왕자님"

'해치지 않아'에서 안재홍 촬영 막간 모습. 영화에서 그는 직접 북극곰 탈을 쓰고 동물 위장 근무에 나선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 않아'에서 안재홍 촬영 막간 모습. 영화에서 그는 직접 북극곰 탈을 쓰고 동물 위장 근무에 나선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병헌 감독님은 대사로 재미를 준다면 손재곤 감독님은 상황으로 코미디를 형성하는 느낌이에요. 결은 다르지만 두 분 코미디 다 무척 세련된 게 공통점이죠.”
‘멜로가 체질’ 당시 이 감독은 그를 향해 “멜로에 잘 어울리는, 적정한 수준의 왕자님”이라며 꿀 떨어지는 애정을 표했다. “이 어마어마한 대사량,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 했을 때 안재홍 외엔 떠오르지 않았다”는 이 감독의 격찬에 그는 “그냥 (드라마) 홍보하시려고…”라며 쑥스럽게 웃었지만, 영화 ‘극한직업’도 만든 이 감독의 ‘말맛’, 본인은 진지한데 보는 사람을 웃기는 ‘병맛’ 코미디를 제대로 살려낸 주역이 바로 그였다.
이번 영화로 함께한 손 감독은 그의 또 다른 얼굴에 반해버린 눈치다. 9일 SBS 라디오 ‘박선영의 씨네타운’에선 안재홍을 곁에 앉혀두고 “너무 좋아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보고 있었다”며 “재밌고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홍상수 감독님 작품에선 예민하고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 점이 눈에 들어왔다”고 고백했다.

'해치지않아'서 10㎏ 빼고 예민보스 변신

수습 변호사 태수는 회사가 명령한 동물원 살리기에 목숨 걸고, 동물탈에 들어간 직원들은 지쳐 나가 떨어진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수습 변호사 태수는 회사가 명령한 동물원 살리기에 목숨 걸고, 동물탈에 들어간 직원들은 지쳐 나가 떨어진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않아’의 태수는 사람이 탈을 쓰고 동물원 우리에 들어가는 기막힌 상황을 감쪽같이 지휘하려 고군분투한다. 안재홍을 스타덤에 올려놨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의 엉뚱한 정봉보다는 홈쇼핑 MD로 성공에 집착하고 연인에겐 나쁜남자였던 ‘쌈, 마이웨이’(KBS2)의 주만, ‘북촌방향’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 숱하게 출연한 (건국대 영화과 스승)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을 더 많이 닮았다.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들었던 ‘멜로가 체질’의 범수 PD의 성실함과 막무가내 성미도 슬쩍 배어난다.
“변호사는 흔히 생각할 때 엄청나게 공부 잘해서 누구나 우와,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인물이 그들의 세상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무시당할 때 절박함, 결핍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 불안감, 갈망이 클수록 동산파크에 가서 탈까지 쓰자고 한 태수의 마음, 영화의 동력이 더 강해진다고 생각했어요.” 태수의 예민함을 표현하려 그는 체중을 10㎏가량 감량하고 실제 로펌에 다니는 고교시절 친구와 얘기도 많이 나눴단다.

몸통 없는 기린탈, 진짜 기린도 속았죠

하이라이트는 동물 탈 자체다. 직원들의 사자‧기린‧고릴라‧나무늘보 위장에 더해, 자신도 직접 북극곰 탈을 쓴 태수는 타는 갈증과 갑갑함에 그만 본분을 잊은 채 관람객이 던진 콜라 한 모금을 들이키고, 그 모습을 관람객에 들키면서 큰 소동에 휘말린다.

극 중 기린 탈은 탈 제작자가 야반도주해 몸통 없이 목만 완성됐단 설정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 중 기린 탈은 탈 제작자가 야반도주해 몸통 없이 목만 완성됐단 설정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실제 모든 배우‧스태프의 초미의 관심사였어요. 동물 탈이 어떻게 나올지가. 동물 탈이 머릿속에 그린 것만큼 나와줘야 이 재밌고 달콤한 이야기가 성립할 텐데…. 모두가 똑같은 의구심이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죠.”
탈 하나당 3~4개월의 제작 기간이 걸렸다. 촬영 3분의 1가량이 넘어갈 때쯤 제일 처음 고릴라 탈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겠다” 싶었단다. “몸통 없이 목 부분만 있는 기린 탈이 왔을 땐 현장에 있던 실제 기린 두 마리가 궁금한지, 슬쩍슬쩍 다가왔어요. 이거 정말 잘 만들었구나. 감독님께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선을 정확히 계산하셨구나, 글로 볼 때보다 더 놀랍고 재밌었죠.”

콜라 마시는 북극곰 "털 젖으면 안돼" 

다음웹툰이 동명 영화 개봉을 맞아 9년 만에 웹툰 ‘해치지않아’를 재연재한다. PC로 웹툰을 보던 2011년과 달리 모바일 기기 감상이 많아진 시대흐름에 발맞춰, 원작 웹툰을 전 회차 재편집한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사진 다음웹툰]

다음웹툰이 동명 영화 개봉을 맞아 9년 만에 웹툰 ‘해치지않아’를 재연재한다. PC로 웹툰을 보던 2011년과 달리 모바일 기기 감상이 많아진 시대흐름에 발맞춰, 원작 웹툰을 전 회차 재편집한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사진 다음웹툰]

겨울이라 탈이 아늑하긴 했지만, 10㎏ 넘는 탈 무게가 만만찮았다. 미쉐린타이어 마스코트 같이 두둑한 솜이불 부피 특수의상을 입고 그 위에 털을 장착하는 방식이다.
목 부분에 난 작은 눈구멍으로 바깥을 보며 실제 머리 위에 얹어진 동물 머리를 가누며 연기했다. 탈의 규모감을 하나하나 외워가며 움직였다. “영화 ‘미스터 고’의 고릴라 ‘모션캡처’(사람이 CG(컴퓨터그래픽)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기하는 것)를 담당했던 모션디렉터 선생님이 동물별로 움직임 영상을 나눠주셨죠.”
북극곰 탈을 쓴 채 콜라를 들이켜는 대목을 위해 입 안쪽에 라텍스 주머니를 설치했다.
”실제로 붓진 않고 시늉만 했어요. 금액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탈이 정말 고가여서 극 중 대사처럼 털이 젖으면 안 됐거든요.“

"디캐프리오, 존경합니다"

극 중 ‘동산파크’의 실제 북극곰 ‘까만코’와 육탄전 장면은 뜻밖에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큰 도움이 됐단다. “키가 190㎝ 넘는 거구인 모션디렉터 감독님이 직접 (CG 후반작업을 위해) 파란 타이즈를 입고 까만코 역으로 호흡 맞춰주셨어요. 이 만큼 뭔가를 상상으로 연기한 적은 처음이어서, 촬영 전날 밤 숙소에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디캐프리오가 곰과 싸우는 장면을 참고했어요. 그가 보여준 공포감을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했죠. 이 자리를 빌어, 존경합니다.”

안재홍은 고양이 집사다.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에서 이름을 딴 ‘레이첼’이란 고양이를 키운다. 인스타그램 ‘나무늘보’ 계정 등 SNS 동물 계정도 많이 보며 짤(짧은 영상, 조각 이미지)을 수집할 만큼 동물을 좋아한다. “영화 그저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동물원의 동물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진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고 그는 말했다.

강하늘·옹성우와 아르헨티나서 소고기 요리

‘족구왕’ 제작사 광화문시네마의 ‘범죄의 여왕’ ‘소공녀’ 등 독특한 작품에 단역 출연도 마다치 않으며 변신에 도전해온 그다. 3년 전 박근형 연출의 연극 ‘청춘예찬’에서 고민하는 청춘으로, 지난해 ‘월간 윤종신’에선 이별에 관한 곡 ‘이별하긴 하겠지’ ‘워커홀릭’ 뮤직비디오에서 감성적인 내면연기도 했다. 다음 달 개봉하는 총제작비 100억원대 대작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에선 희망이 사라진 근미래 도시에서 인생역전의 작전에 뛰어든 180도 다른 청춘이 돼 이제훈‧최우식‧박정민과 호흡 맞췄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 중 류준열(왼쪽)의 형 정봉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정봉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독립영화, 연극 등을 오가며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해왔다. [사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 중 류준열(왼쪽)의 형 정봉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 정봉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독립영화, 연극 등을 오가며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해왔다. [사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야무진 요리 실력을 선보이며 나영석 PD가 차기 짐꾼으로 점찍은 데 이어 다음 달엔 JTBC ‘트래블러’에서 배우 강하늘‧옹성우와 아르헨티나 여행 예능에 나선다. 비행기만 30시간 타고 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도 현지 소고기 요리에 도전했다. 아르헨티나 전통 숯불 바비큐 ‘아사도’도 넷플릭스 다큐를 보고 요리법을 예습해갔단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요즘 낙은 의외로 소박하다. “요즘은 손 시려서 못 타고 있는데 ‘따릉이’ 애용하고 있어요. 걷기는 지루하고, 대중교통 타긴 심심하고, 자전거 탈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자전거로 오가며 바람 쐬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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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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