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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실수한 선수에 박항서가 전한 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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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과 북한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득점 기회를 아쉽게 놓치자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과 북한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득점 기회를 아쉽게 놓치자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이 북한 앞에서 멈췄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은 16일(현지시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북한에 1-2로 역전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조별리그 3경기에서 2무1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2년 전, 준우승했던 대회인데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회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면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긍정적인 면은 별로 없다. 결과가 2무1패"라며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해야 한다.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성인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재능을 본 것은 긍정적이다"고 답했다.

앞선 D조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한 박항서호는 이날 동시에 진행된 D조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의 경기도 신경써야 했다. 8강에 진출하려면 이날 북한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다. 뿐만 아니라 UAE와 요르단이 0-0으로 비겨야 8강 진출에 유리했다.

이에 박 감독은 "이번 시합에만 집중하자고 했다. 매니저가 경기 중에 1-0이라고 한 얘기는 들었지만 선수들은 모두 이 시합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박항서호가 이날 D조 2위로 8강에 진출할 경우 김학범 한국 감독과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에 박 감독은 "8강 진출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만약에 갔다면 나는 베트남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날 베트남은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전반 27분 골키퍼의 실수로 동점골을 내주며 흐름을 놓쳤다. 골키퍼 티엔둥이 북한의 프리킥을 막으려고 뻗은 펀칭이 빚맞아 들어간 자책골이었다. 베트남은 어이없는 실수에 충격을 받은 듯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결국 경기 막판 북한에 한 골을 더 내주며 8강 진출에 좌절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16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북한에 1-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하자 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응원하던 현지 축구 팬들의 풀이 죽어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16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북한에 1-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하자 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응원하던 현지 축구 팬들의 풀이 죽어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현지 언론은 "박 감독의 전술을 선수들이 실수로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은퇴 선수 반 시훙은 언론 '징'과의 인터뷰에서 "전반전은 지난 두 경기보다 좋았다. 하지만 골키퍼 티엔둥에 의해 인상깊었던 전반전이 망쳐졌다"고 탄식했다.

베트남 언론 '투오이트레'는 "박 감독에게 많은 전술이 있었지만, 골키퍼 자책골, 패널틱킥 허용 등 선수들의 실수로 무력화됐다. 골키퍼의 실수가 경기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갔다"고 분석했다.

이에 박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티엔둥을 다독였다. 그는 티엔둥에게 "나도 마음이 아프다. 실수한 당사자는 누구보다 더 아플 것"이라며 "경기는 끝났다. 그 선수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한편 박항서 매직을 기대했던 베트남 축구 팬들이 실망감에 빠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트남 카페와 식당, 주점 등에서 함께 모여 TV로 경기를 지켜본 베트남 축구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베트남에서는 예전처럼 대규모 거리 응원전이 펼쳐지진 않았다. 대신 하노이와 호치민 등 대도시에서는 팬들이 함께 주점 등에 모여 TV나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축구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 박항서호가 이번에도 뭔가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현지 팬들은 D조 UAE와 요르단의 경기가 1-1로 진행될 때부터 풀이 죽기 시작했다. 여기에 박항서호가 후반 1-2로 역전당하자 맥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박항서호를 응원한 현지 팬은 "베트남 축구가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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