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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SUV GV80, 카마겟돈 헤쳐 나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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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GV80의 전측 모습.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4개) 램프가 웅장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제네시스]

GV80의 전측 모습.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4개) 램프가 웅장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제네시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15일 출시했다.

J가 타봤습니다 #소음 저감, 서스펜션 조절 신기술 #첨단 운전자보조기능도 적용 #디젤 모델 가격 6580만원부터 #국내 판매 목표 2만4000대

2017년 4월 미국 뉴욕 오토쇼에서 콘셉트카를 선보인 지 거의 3년. 그간 디자인은 물론 스파이샷(출시 전 찍힌 사진)까지 몇 년째 넘쳐나다 보니 소비자의 호기심도 다소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첫 SUV란 기대감도 분명 크다.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정표”(이용우 제네시스 사업부 부사장) “제네시스 디자인의 첫 앰버서더(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등 현란한 수사가 등장했다.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GV80 신차 발표회에서 GV80 개발 주역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 [사진 제네시스]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GV80 신차 발표회에서 GV80 개발 주역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 [사진 제네시스]

“인류에겐 작은 첫걸음…”이라는 닐 암스트롱의 말까지 인용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의 '감격'스러운 발언에선 웃음도 터졌지만, 그만큼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심혈을 기울였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뛰어난 외관 디테일, 조금 못 미친 내부

GV80의 전측 모습.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4개) 램프가 웅장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제네시스]

후면 역시 쿼드램프로 전면부와의 통일성을 기했다. G90과 달리 상단의 수평램프가 길게 이어지진 않는데, 디테일 면에선 더 세련돼 보인다. [사진 제네시스]
GV80의 인테리어. 한국적 '여백의 미'를 강조하되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게 제네시스 측의 설명이다. [사진 제네시스]

첫인상은 유출 이미지보단 ‘실물이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 G90에서 처음 선보인 대형 크레스트(방패) 그릴과 4개의 쿼드램프, G-매트릭스라 불리는 사선형 디자인 요소는 사실 좀 과해 보였다. GV80의 전체 실루엣은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디테일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심 사항이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날씬한 LED 램프로 만든 쿼드램프와 측면을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후륜구동 SUV답게 긴 후드라인과 짧은 오버행(범퍼에서 바퀴 축까지 거리)과 22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휠이 대형 럭셔리 SUV에 걸맞은 프로포션(비율)을 보여줬다.

인테리어 실사 사진. 3년 전 첫 콘셉트카가 나온 탓인지 고급스럽지만 최신 트렌드에 맞춘 느낌은 조금 부족하다. 이동현 기자

디지털 계기반은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지만,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처럼 럭셔리한 느낌은 다소 부족하다. 이동현 기자
공조장치는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와 물리 버튼이 혼합된 방식이다. 비교적 직관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동현 기자
다이얼 타입의 시프트바이와이어(SBW) 변속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이동현 기자

내부 인테리어 역시 딱히 흠잡을 데는 없다. 다만 3년 묵힌 디자인이어서인지 트렌드에 약간 뒤진 느낌이 없지 않다. 최근 자동차들은 대시보드를 수평으로 가르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지만, GV80은 14.5인치 대형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여백의 미’라고 현대차가 주장하는 인테리어는 고급 소재의 질감을 사용한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다이얼 형태의 전자식 변속장치, 그리고 필기 인식이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도 조작감이 훌륭하다. 하지만 외관만큼 독창적이거나, 제네시스만의 개성이 드러나진 않는 것도 사실이다.

안정적인 성능과 승차감

GV80은 새로 개발한 3L 직렬 6기통 디젤엔진으로 시작해 2.5L, 3.5L 가솔린엔진 라인업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다.

제네시스 최초로 적용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노면 상황을 예측해 최상의 충격흡수를 도와준다. [사진 제네시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 기능은 반자율주행 상황에서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진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에 이어진 시승회에서 일산 킨텍스~인천 송도 경원재 앰버서더 호텔을 왕복하는 왕복 120㎞ 구간에서 GV80을 시승했다. 디젤 모델이지만 특유의 진동이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강제로 저단 변속을 해도 제법 진중한 엔진음이 들렸다.

측면까지 적용된 이중접합 차음 유리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주행 시 유입되는 바람 소리)은 크게 들리지 않았다. GV80에 적용된 가장 새로운 기술은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이다. 소음을 줄이는 음파를 발생시켜 소음이 안 들리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인데, 애플의 에어팟 프로 같은 이어폰에 사용되기도 하는 기술이다.

14.5인치의 플로팅 타입 대형 디스플레이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을 삼분할로 보여주는데 매우 편리하다. 이동현 기자

265㎜ 광폭타이어에 22인치 휠을 달았다. 거대한 '신발'을 신어 대형 SUV로서의 '자세'는 잘 나오는 편.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타이어는 안정성과 내구성에 중점을 둔 제품. 이동현 기자
트렁크 공간은 광활하다. 2, 3열 시트를 전동식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이동현 기자
후석엔 독립식 공조장치와 220V 아울렛 등이 달려 있다. 이동현 기자

확실히 노면 소음은 크게 들리지 않았다. 다만 송도로 넘어가는 도중엔 시멘트 도로 특유의 소음이 실내로 유입됐다.

승차감은 훌륭한 편이다. GPS 정보를 이용해 미리 서스펜션(현가장치)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GV80에 적용된 신기술이다. 하지만 과속방지턱 같은 요철을 넘을 때의 거동은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다소 못 미치는 느낌도 들었다.

테슬라처럼…자동으로 차선 변경

동력 성능은 훌륭하다. 디젤엔진 특성상 가속감도 뛰어나고, 가속 페달을 밟아 고회전 주행을 할 때도 진중하면서도 민첩한 거동을 보여줬다.

첨단 운전자보조기능(ADAS)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듯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라 이름 붙은 기능은 도로 제한 속도에 맞춰 반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방향 지시등 조작으로 자동 차선변경이 가능한데, 사고를 막기 위해 작동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잘 작동했다.

최근 BMW·메르세데스-벤츠 같은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의 SUV는 과거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GV80이 오히려 독일차보다 딱딱한 느낌도 든다. 노면을 잘 읽어주는 점도 운전자를 편안하게 한다. 굳이 흠을 잡자면 여전히 조향 감각은 좀 무디고, 좌우 흔들림을 제어하지 못했다.

현대차의 미래 GV80에 달렸다

G70·G80·G90 세단 3종만으로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만1233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100% 넘는 성장률이다. 역성장한 미국 시장에서 이런 성장세를 보인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는 없었다.

GV80의 국내 판매 목표는 올해 2만4000대다. 국내 프리미엄 SUV 연 판매량이 1만9000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목표다. 글로벌 판매 목표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제네시스의 주력인 G80 세단은 지난해 국내에서 2만2000여대가 팔렸다.

지난해 '북미 올해의 차'에 뽑힌 제네시스 G70. [사진 제네시스]

지난해 '북미 올해의 차'에 뽑힌 제네시스 G70. [사진 제네시스]

현대차그룹은 올해 GV80을 시작으로 2세대 G80을 선보이고, 중형 SUV GV70, G70 부분변경 모델까지 선보인다. 치열한 경쟁과 ‘카마겟돈’ 변혁을 맞고 있는 지금, 현대차에게 필요한 건 고수익 모델이다. 비싸게 팔고 많이 남기는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첫 모델인 GV80은 신대륙의 장기숙성형 ‘리저브(Reserve)’ 와인 같은 느낌을 줬다. 프랑스의 그랑크뤼 와인처럼 역사와 명성은 없지만 때론 그랑크뤼를 이길 수 있는 품질과 장기숙성형 와인의 잠재력을 지녔다. 디젤 모델의 가격은 6580만원에서 시작한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최대 옵션을 더해도 2000만원은 싸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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