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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지고 잔혹해진 학교폭력…‘중1부터 형사처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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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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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확대·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한편 중대 사건 가해자는 빠르게 별도 시설에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5일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학교폭력 예방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계획은 가벼운 사안은 학교에서 자체 처리하도록 하지만 중대한 사건은 더 엄정하게 처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교육부는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학교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년법 위반 수준의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이 직접 법원에 사건을 송치하는 제도다. 법원 판단에 따라 가해자는 3~4주간 보호시설(소년분류심사원)에서 지내게 된다. 가해 학생을 빠르게 격리시키겠다는 취지다. 원용연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지금까지 잘 활용되지 않았던 제도지만 앞으로는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세종청사. [중앙포토]

교육부 세종청사. [중앙포토]

교육부와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기 위해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데 이를 만 13세 미만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대부분 중학교 1학년까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지만 법이 개정되면 중1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려는 이유는 만 13세의 학교폭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엔 경기도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여중생들이 초등학생 1명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경찰이 여중생 7명을 검거했지만 모두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을 면했다. 원용연 교육부 과장은 “촉법소년이 소년원 입소 등 보호처분을 받은 사건 가운데 65.7%가 만 13세(중1) 사건”이라며 “13세도 촉법소년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법안을 내놨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쟁이 이어지며 관심에서 멀어진데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요구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처벌만 한다고 폭력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며 “교육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학생 13만여명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피해 응답은 1.2%였는데 초등학생이 2.1%로 특히 높았다. 중학생은 0.8%, 고등학생은 0.3%다.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는 학교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예방교육이 이뤄지도록 영어·체육·기술·가정 등 각 과목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또 피해 학생 치유를 위해 통학형·기숙형 지원센터를 현재 48곳에서 2024년 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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