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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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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고대훈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1국장
가짜뉴스 전쟁

가짜뉴스 전쟁

“어떤 정보가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정보에 끌린다. 선정적인 뉴스에 끌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왜곡된 정보에 갇힌 채 세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지 못하게 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나타난다.”

하재식 『가짜뉴스 전쟁』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몰아치고, 대중의 뒤틀린 욕망을 자극해 편을 가르며, 맹목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트럼프 현상’이 유행이다.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 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상대방의 메시지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저자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진단한다.

우리가 디지털 시대의 바보가 되는 이유는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가치에 경도돼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쉽게 단정하고 ▶자신의 신념에 맞는 증거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악영향을 끼치고 ▶진실된 뉴스보다 가짜뉴스를 더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은 어떤 미래가 자신의 바람과 일치할 때만 그 미래를 본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객관적 사실도 무시한다”고 적었다.

책의 부제가 말하듯 ‘가짜뉴스는 어떻게 세계를 혼돈에 빠뜨렸는가’를 국제적인 사례와 함께 분석했다. “인간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이 가짜뉴스 내전에 뛰어든 전사가 됐다”는 지적은 꼭 우리 사회를 두고 하는 경고처럼 들린다.

고대훈 수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