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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이란 사태, 대북영향 묻자 10초 침묵…조국 질문엔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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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몸짓과 표정에 진심이 숨어 있는 것을 ‘메라비언 효과’라고 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은 “언어가 갖는 메시지의 영향력은 7%”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심은 말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낯빛과 표정, 시선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몸짓·표정으로 본 회견 #“윤석열 총장 신뢰하느냐” 질문엔 #“국민의 신뢰 받아” 주어 바꿔 답변 #작년과 달리 추가질문 없이 진행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말할 때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음성과 다부진 표정이 돋보였다.

반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질문에선 착잡한 표정으로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공들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통과된 만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견을 시작했다. 농담으로 기자들의 웃음도 유발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질문에선 단호한 표정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장관이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 (검찰총장에게) 보여줘야 한다거나 제3의 장소에서 보자는 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한다”며 “과거에 그랬다면 초법적 권한을 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윤 총장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 신년회견 내용과 파장

문 대통령 신년회견 내용과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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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윤 총장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검찰 개혁에 앞장서면 더 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신뢰의 주체를 ‘대통령→국민’으로 바꿔 즉답을 피했다.

곽금주 교수는 이를 ‘양가감정(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임명한 사람과 대립을 겪고 있는 모순된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조 전 장관 관련 질문에 문 대통령은 짧은 한숨을 내뱉은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조 전 장관이 겪은 고초만으로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고초’란 단어는 강조됐고 눈빛은 밑으로 향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범죄 피의자인 조 전 장관을 향해 ‘고초’라고 표현하는 것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한쪽으로 왜곡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란 사태가 북한에 미칠 영향을 묻는 CNN 기자의 질문엔 10초간 정적이 흘렀다. 뒤늦게 말문을 연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는 정상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계속 대화할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전문가들은 10초간의 정적이 엉켜버린 대북관계에 대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교를 포함한 모든 사회 현상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며 “집권 초반에 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운 대북정책이 이제는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직접 사회를 맡은 문 대통령이 손을 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추가 질문 없이 진행돼 심도 있는 내용을 물어보긴 어려웠다. 또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역대 회견에서 4회 연속 질문 기회가 집중되는 문제점 등이 야기됐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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